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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Emilia Moment Jun 09. 2024

일관되게 흐르는 결 <박완서 작가의 말>

#오늘하루영감문장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읽으려다 책 뒷면 커버에서  발견한 <박완서의 말>.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 박완서, <박완서의 말> 중에서



아, 박완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녀만의 문장을 발견한 순간 막 읽으려던 <레이먼드 카버의 말>은 슬그머니 밀어내고, <박완서의 말>을 읽기 시작한다.


과한 의미 부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이런 순간에 일종의 운명 같은 걸 느낀다. 만나야 할 인연은 돌고 돌아 결국 만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내게 있어 영감이란 항상
제 나름의 그물을 치고 있는데,
거기에 걸려드는 부분이 경험과 만날 때
어떤 영감을 부여한다고 할까요.

- 박완서, <박완서의 말> 중에서


대학 졸업 무렵, 문학이 아닌 취업을 결심하며 남모르게 동경하며 롤모델로 삼은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프란츠 카프카와 박완서 작가.

카프카에게선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는 삶이 가능하단 것을, 박완서 작가를 통해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마흔 무렵의 나이에 등단을 하고 그토록 멋진 작품을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고 동경했다. ​

작년 프라하 여행은 온통 카프카였고 이어서 올해는 그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여기저기서 그의 책에 대한 얘기가 넘친다. 더불어 내 오랜 동경이었던 박완서 작가 역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다.



두 작가가 가진 힘은 그들 삶의 경험(비록 그것이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으로 말미암은 평범함 속 비범한 스토리의 힘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게도 그런 삶의 시간과 이야기가 쌓이길 바랐다. 어린 마음에 책상머리의 치열한 고민이 아닌 치열한 삶을 통해 내 안에 각인되고 축적된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날카로움 내지 비상함을 동경했던 듯하다.

1990년 박완서 작가를 인터뷰한 시인 고정희는 박완서 작가를 이렇게 표현했다.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가 박완서다.  

- 박완서, <박완서의 말> 중에서


무릎을 탁 치며 이게 내가 그토록 동경하고 닮고 싶었던 그의 모습이라고. 외친다. 한 학기 내내 도서관에 처박혀 읽어 내려갔던 박완서 작가의 글에서 느꼈던 그녀만의 매력이 바로 이것이었다고.

<박완서의 말>을 엮은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는 소박한 개인주의자였던 박완서 작가를 이렇게 회상한다.


어머니의 눈은 항상 미래를 향하고 있었고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생각들은 바뀌어야 된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설교하려고 하지 않은 것은 설교받는 것을 싫어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까마득하게 어린 세대에게도 교훈을 준다거나 설교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개인의 영역을 중요시하여 누구의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유지했습니다.

일관되게 흐르는 결이 있는데 그걸 어머니 자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완서, <박완서의 말> 중에서


내 삶의 결을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내게 그녀는 정말이지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된다.​​



#소박한개인주의자 #박완서의말
#미래를향한눈 #일관되게흐르는결
#명랑하고따뜻한마음 #영감
#마흔의결 #마흔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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