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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Emilia Moment Jun 20. 2024

내 삶의 결을 만들어갈 새로운 10년

#오늘하루영감문장


꾸준히 한 10년 하고 나면, 그것이 내 삶에서 자기만의 모양과 색깔을 갖고 정착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작년부터, 올해부터 나는 또 무엇을 시작하여 몇 년 뒤 '꾸준히 10년 한 사람'이 될지 생각해 본다. 10년 만기 적금을 매년 하나씩 드는 것처럼, 미래가 다가올 때마다 나는 '이것을 꾸준히 10년 한 사람'이 하나씩 되어갈 것을 기대한다. 뭐가 됐든, 10년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그런 마음이 삶을 만든다. 올해부터 10년 뒤, 나는 또 무언가를 10년 한 마흔여섯이 되어있을 것이다.
- 정지우, <그냥 한 10년 꾸준하게 해 보는 거지 뭐> 중에서


언젠가부터 내가 떠올렸던 생각과 문장을 다른 이들의 글에서 발견하곤 한다. 처음에는 '지금 내 생각과 문장은 과연 내 것이 맞는가?'라는 자기 의심을 했다. 혹시 오래전 어디에선가 읽은 문장을 내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꽤나 높을 것이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 과정이란 것 자체가 텍스트의 모방, 반복, 재생산이므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세상 모든 창조물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 재창조의 결과물일 테다.

그럼에도 개인적 경험과 사유의 시간을 통해 온전히 내 안에서 흘러나온, 내 것이랄 수밖에 없는 문장들과 너무도 닮아있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정지우 작가의 글에서 자주 발견하곤 하는데 삶의 모습, 모양, 색, 향기까지 그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음에도, 같은 결의 문장에서 느끼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잦아지며, 자기 의심은 되려 자기 확신이 되어간다.



나 역시 지난 몇 년, 조바심 내지 않고 '그냥 한 10년 꾸준하게 해 보는 거지 뭐'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들이 몇 있다. 만 시간의 법칙을 맹신한다거나 혹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 삶을 통해 그만큼의 시간이 쌓여야만, 그 시간 속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그 모든 시간이 내 삶의 의미가 되고, 나만의 보이스로 체화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10년이란 시간은 내 나름의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최소한의 단위다. 돌아보면 일, 육아, 성장에 있어서도 10년 이상의 애씀과 노력의 여정이 있었기에 분연히 혹은 담담하게 'Next'를 외치며 삶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여정 속에서 글쓰기를 발견했고, 글쓰기 여정은 코칭, 의미치료, 심리학 공부로 이어지며 내 삶의 결과 맞닿는 일과 업의 발견으로 나를 이끌었다. 마치 물길을 따라가듯 자연스럽게 내 살의 흐름과 결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10년이란 시간을 목표로 나아가는 일 중 글쓰기는 어느새 2년 반의 시간을 지나왔으니 어느덧 10년 여정의 1/4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난 또다시 그 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10년 여정의 초입에 서있다. 종종 내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를 생각하는데 우연이고 필연이고, 선택이고 운명이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끌어들임과 끌어당김의 반복과 흐름의 연결 속에서 내 삶의 결과 맞닿는 인연이, 사람이든 일이든 어떤 사건이든, 실타래처럼 계속해서 내게 찾아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앞둔 지금, 다짐대신 하고 싶은 말은 이거 하나다.


 10년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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