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18 P형 인간

by 나무늘보

저녁약속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하던 중 뜬금없이 오늘은 노래를 들어야지 생각했던 날이었다.

무선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으려는데 켜지지가 않았다. 충전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놀랍지도 않은 일이었다. 늘 있는 일이었고, 그저 아쉬워하며 집을 나섰을 뿐이다.

그렇게 나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J형(판단형) 친구가 이걸 들으면 아마 이해 못 했을 거야라고.ㅎ J형 친구였다면, 무선이어폰을 사용한 날이면 바로 제 위치에 두어 충전도 항상 되어 있을 테지.

그치만 나는 항상 가방 어딘가나 주머니에서 찾아서 써야 했고, 충전도 배터리가 없을 때에야 하곤 하는 편이었다.


MBTI(성격유형검사)가 한 물 가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나름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결과 나는 항상 높은 수치로 P(인식형)가 나오는 편이다.

이는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을 계획해서 하나씩 하기보단 그때그때 모아서 한다거나, 여행을 가더라도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지 않는다거나, 식당을 예약은커녕, 휴무 날도 찾아보지 않고 가서 허탕을 친다거나, 글쓰기도 꾸준히가 아닌 내키는 대로 한다거나 등 말로 다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그럼에도 이런 P형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충전을 왜 안 해놨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이런 성격인 탓에 J형 사람들과 안 맞을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또 친구로 지내고 있는 J형 동창들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할 때도 많은 것 같다.

서로는 각각 이해 못 하지만, 같이 해야 할 때는 또 그에 맞게 맞추며, 이해하며 지낸다는 것이.

서로 다양한 유형들이 있으니까 다채롭게 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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