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17 플라스틱 보따리를 선물로 물려줄 순 없으니까

by 나무늘보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은 한 주가 시작되면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라고 곱씹는 습관이 생기곤 한다.

지역별로, 동네별로 다르겠지만 분리수거하는 요일이 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 해가는 요일의 전날이면 바깥 도로에 너도 나도 플라스틱 담은 봉지를 내놓곤 하는데, 가끔 잊고 있다가도 우연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되는 플라스틱 봉지들의 행렬을 보고선 다시 챙기기도 한다.

가끔 요일을 놓쳤거나 비가 와서 나가기 싫은 날을 건너뛴 주에는 플라스틱 봉지가 산타의 보따리 마냥 어마어마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정리하면서도 내가 쓰는 플라스틱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가만히 정리하다 보면, 내 생활이 보이기도 한다.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구나, 커피를 많이 마셨구나, 햇반을 많이 먹었구나, 생수를 마시는구나.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중 인간의 편리함에 가장 많이 기여를 한 게 플라스틱이지 싶다.

연일 뉴스에서는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각종 기업과 나라들은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나를 보니 정작 개인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구나를 느끼곤 한다.

당장 나부터도 내가 잠시 편함을 위해 사용해 버리는 게 플라스틱 제품이니까.

변해 버린 날씨와 기후를 체감하면서도, 또 어떤 기후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두려워하면서도.

당장은 아니니까.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니까 라며 나한텐 관대한 성향을 보이곤 한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당장 내일이면, 일주일이면 또 습관처럼 소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함을 겪어버린 지금, 다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으로는 돌아가긴 어렵다. 이미 편한 것에 익숙해진 나이고, 가게고, 기업이고, 나라이니까.

그치만 적어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리수거하는 날에라도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양을 보며 잠시나마 깨달았으면, 그리고 시도라도 하려고 했으면 어떨까 싶다.

나만 있다 가는 지구라면 뒤도 안 돌아보겠지만, 어찌 됐든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가야 하는 지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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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수저 안쓰기 #일회용컵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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