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스러운>내 손으로 루이비똥을 사는 그날까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중에 시크릿 가든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있다.
몸이 바뀐다는 것과 백화점 사장이 남자 주인공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게 중에도 몇 안 되는 현실적 요소도 존재했다. 바로 여자 주인공의 가난한 현실이었다.
물론, 여자 주인공의 현실 또한 너무 냉혹하게 가난하여 비현실적으로 보이긴 했다만 나에게 더 가까운 쪽 현실은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이었다.
"여자는 가방 수준에 인생이 갈린다"라는 대화를 여자 주인공과 그의 룸메이트가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가방으로 인해 남자 주인공으로부터 자존심을 상하게 된 이후 깨달은 내용을 우스갯소리로 나눈 대화였다. 그치만 마냥 웃음으로만 넘기기에는 씁쓸함이 남았었다. 정말로 맞는 것만 같아서.
나의 수준이 고작 들고 다니는 가방 하나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이토록 화가 날 일인가. 남이야 가방으로 사람을 판단하든 평가하든 상관없이 나는 내 수준에 맞는 코디를 하고 다니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어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다른 여자들의 들고 다니는 가방.
20대 때야 집에서 명품가방을 선물해줄 정도로 잘 살거나, 일찍 명품에 눈을 떠 죽어라 아르바이트해서 사지 않고서는 명품가방이라는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명품가방이 명품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기였다. 당장 먹고 놀고 할 돈도 없는 마당에 얼어 죽을 놈의 명품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시기에는 나 말고도 대부분의 친구와 동기와 나의 생활 반경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평범한 가방을 들고 다녔었다. 가끔 자신의 완벽한 코디를 위해 특별한 가방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30대가 되고 보니 깨닫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어엿한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되었고, 20대가 지나 30대가 될 때쯤에는 이미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웬만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적 시선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나이라는 소리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와 나의 생활패턴이 안정적 이게 되고 안정적이게 되니 남는 돈으로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무언가를 소비하고 싶어 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옷이나 신발, 화장품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중에서도 더 좋은 것, 명품을 알아가게 되었고 어느새 나의 눈엔 명품가방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그런 관심에도 명품가방은 당장 사고 싶다고 맘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지만 매달 나가는 돈도 똑같고 매달 남는 돈도 같았기 때문이다.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돈인데 무리하게 월급으로 떡하니 명품가방을 지를 수는 없었다.
물론 너무나도 갖고 싶은 마음에 눈딱 감고 몇 개월 치 월급으로 지르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가방 하나에 내 몇 달치 월급을 걸 수는 없었다. 몇 달 동안 월급에 쪼달리며 생활비 걱정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수준에 감히 상상도 못 할 그 명품가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 한숨이 깊어져만 간다. 야근에, 인력부족으로 힘든 회사 상황에 뼈 빠지게 일해도 가방 하나 살 돈이 없다는 것과 내가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은 왜 그리 명품백을 잘만 들고 다니시는지에 대해 말이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남는 돈이 있어서 몇 백만 원이나 하는 그런 가방들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꽤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명품을 사고 싶어는 하고 관심은 있지만 못 사는 형편이라 그런가 그런 것만 눈에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능력 없음을 탓할 것인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환경과 현실을 탓해야 하는가. 결론은 어느 것을 탓해도 나의 손에 가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독기를 품기로 해본다. 언젠가는 내 손으로 꼭 가방을 사보고 말 거야. 가방을 사기 위해 적금을 든다든지 부업을 한다든지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주 비현실적인 꿈을.
사실 산다 하더라도, 내손에 그것이 주어지더라도 크게 내가 우월한 사람이 되거나 뿌듯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산 잠시는 그렇겠지, 때로는 몇 달은 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그 가방도 나에게 존재하는 가방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의 허영심을 보여주기 위한 보여주기용 가방.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나도 결국 나의 허영심을 표출하길 원하는 사람에 불과하단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물론 허영심 표출용으로 소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 소비기준이 높아져 있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부유한 생활을 꿈꾸며 자신의 역량을 죽도록 발전시킨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러한 명품가방이 가방으로서의 존재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성공과 여유로움을 나타내는 수단이자 보상일 수 있겠다. 시기가 어떻든 노력의 양이 어떻든 결국 그 소비가 그것들을 보상해주는 보상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나도 슬며시 다짐해본다. 나도 꼭 내 손으로 루이비똥을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