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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면 나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나서 깨닫는다. 겉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속으로는 얼마나 무단히도 노력하고 있는지를. 안정적이지 않은 미래와 직장과 현실 속에서 남들에게 안정적이게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너무 다른 사람들을 속이며 살고 있어서 나 또한 속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안정적으로 살고 있구나라고.
어느 날 친구가 중대 발표를 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싶다고. 이민을 준비한다 했다. 충격적이었다. 현시점에서는 현실에 정착하고 적응을 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새롭게 시작한다 했다. 그것도 꿈, 사업 공부와 같은 '시도'가 아닌 인생에 있어 크나큰 '변화'를 하러 간다는 말이었다.
30대가 될 때까지 이 한국이라는 곳에서 맘 붙이고 있을 만한 것이 없어서였을까. 한국에서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어서였을까. 타국에서의 생활이 더 매력적이었을까. 그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인생에 있어 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터전을 바꾼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에게 있어 견고하게 다져진 것이 있다. 바로 '핑계'였다. 나는 온갖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내가 크나큰 도전을 하지 못하는 데에 있어서 말이다. 그런 나에게 이민이란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럼에도 실은 가장 부러웠다. 현실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선뜻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물론, 그곳에서의 삶이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선택과 결정을 믿고 의지로 준비하며 나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대단해 보였다.
적어도 나의 의지와 주관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단 뜻이니까. 그러면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돌이켜 보게 되었다. 각자의 삶과 길이 있어 저마다의 길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가고 있긴 한 걸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나조차도 그 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도, 내 글도 절망적인 채로 결말이 나게 두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해피엔딩인 결말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또다시 내가 잘하는 '핑계'를 대자면, 나는 지금 티가 안 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길 위에서 방황하며 헤매는 중일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지도도 살피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인 것이다. 그 순간이 끝이 될 순 없으니 언젠가는 다시 걸어갈 것이다. 어디로든.
해피엔딩을 향해. 각자 자신들 만의 해피엔딩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방향이 어디로 가 되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