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질투 나는>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촌이었을까, 배가 아픈 이유

by 나무늘보

띠링, 어느 날 단톡방에 카톡이 왔다. 그동안 각자 살기 바빴던 나에게 사촌언니한테 연락이 왔다. 집에 초대할 테니 밥을 먹자 했다.


어릴 때야 아무 생각 없이 초대를 받으면 그저 좋다고 달려갔을 테지. 하지만 서른이 되고 보니 모든 게 번거롭고 귀찮았다. 비단 그 집에 찾아가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초대를 받아서 집에 방문할 때면 차마 빈손으로 갈 수 없고, 사촌 언니 애기들도 둘이나 있기에 그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촌 언니를 설명절에 보기도 했고, 가끔 갓 태어난 귀여운 아기인 사촌동생들을 보러 가기도 했었다. 그러다 각자 자신들의 삶 속에서 밥벌이해 먹기 바빠 명절에 보기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그러던 중 사촌언니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처음 단톡에서 글을 보고 반가워 하기는커녕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왜지? 였다. 사촌들끼리면 보고 밥도 먹을 수도 있는 게 당연한데 제일 먼저 '왜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내가 사는 세상이 각박해서였을까.


나에게는 친가 쪽 사촌언니가 세 명이 있다. 그중 맏인 첫째 사촌언니가 나와 둘째 사촌 언니를 집에 초대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지면 우선, 나는 일찍 취업했으나 성향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했다. 이제야 정착하여 돈을 버느라 나름 바쁜 삶을 살아왔다. 둘째 사촌 언니는 똑똑해서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아기가 아파 애기 치료에 전념하기 바빴다. 덕분에 지금은 언니의 아기는 건강하게 나았다. 각자의 삶에 역경 하나 없는 삶이 어디 있겠냐 마는 우리는 각기 저마다의 이유로 만남을 미뤄왔었다.


그중 첫째 언니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이 언니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중에 제일 인생의 변곡이 큰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용을 전공하고는 친구와 즐거움을 좇아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모아둔 결혼자금이 딱히 없었던 언니는 단칸방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빚을 내어 운영 중인 중국집을 형부와 함께 맡아서 하게 되었다. 처음엔 일을 돕는 몇 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 형부와 언니는 각자의 일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중국집을 맡아서 했다.


처음에는 쉬는 날도 없이 명절에도 일을 했다. 젊은 세대의 사업 수완과 쉬는 날도 없는 성실함과 고생이 더해져서 일하기를 몇 년 동안이나 이어갔다. 물론 그 몇 년 동안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명절에 사촌 댁에 가서도 그저 일하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었다.


그러던 첫째 언니가 6년이 지난 후 우리 사촌들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그렇게 사촌 언니 집에 놀러 간 우리는 감탄하기 그지없었다. 중국집이 잘되어 이전했다는 말만 들었었지 실제로 보지는 못했는데, 언니는 정말 좋은 아파트와 차, 가구들까지 말 그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배달과 코로나 시대라는 것이 맞물리면서 언니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회였던 것이다. 집을 둘러보는데 감탄과 함께 부러움, 질투 등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웃으며 농담 삼아 성공했다고 말은 하며 떠들었지만, 이런 삶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이 사람들과 내가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 함께하지 않고 오로지 결과만 봤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가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도 없이, 명절도 없이 배달 주문을 받으며 일을 힘들게 할 때 나는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퇴근 후에 쉬었고, 주말도 쉬었다. 매달 꼬박 월급이 나오기에 직장에서만 내 할 일을 다하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언니와 형부는 달랐다. 매일 식자재 값과 주방 및 배달 직원의 월급까지 생각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형부는 건강상태도 안 좋아졌다고 했었다. 이명과 어지러움을 달고 살았다 했다.


내가 그들의 삶에서 함께 겪어보지도 못했으면서 결과만 가지고 보니 그저 부럽고 질투가 났던 것이었다. 막상 그 삶을 나보고 살라고 하면, 이러한 성공이 보장된다 할지라도 나는 과연 그런 삶을 살았을까.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보려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성공의 결과는 온전히 언니와 형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질투하기도, 함부로 그저 얻었다고 속단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촌언니들과 오랜만에 맛있는 밥도 먹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나서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이란 것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성공을 원하면서도 치열한 삶을 살아갈 의지가 있는가. 당장 나에게는 그러한 의지조차 있는가 말이다. 내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기를 원하면서도 나는 현실에 안주하여 그저 오늘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있진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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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는 사촌이 땅을 사기까지 돈을 벌고, 땅을 알아보고 준비한 여러 노력들은 건너뛴 채 땅을 샀다는 소식만 들어서였지 않았을까. 나와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땅을 사든 건물을 사든 관심이 없었을 텐데 땅을 산 사람이 어려서부터 봐왔던 가까운 사람이어서였지 않았을까. 다시금 속담의 의미도 깨달아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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