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결국 온전히 닿지 못할 그들의 비극에 대해

by 탈해

손으로 직접 빚은 짜장면이었다

바삭한 탕수육과 푸짐하게 나와

눈으로 먼저 게걸스레 주워삼키게 하였다

등 뒤의 TV에서는 연신

죽음이 되어버린 숱한 실종과 그

실종을 찾다가 돌아오지 않은 몇몇 죽음과

그런 공백들을 견디다 못한 또 다른 죽음

같은, 수많은 남의 비극을 주워섬겼다


모락모락 식욕이 면면이 감싸고

혀 끝의 생기를 삼키어 반복된 손짓을 이어갔다

배고픔, 맛있음, 배부름의 가운데서

나는 온전히 살아 있었고, 거기에

사각의 슬픔들은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였다


남은 음식, 남은 누군가, 남은, 나와 다른

부딪힌 감각의 몽타주 속에 어느덧

이곳의 뜨끈한 생기는 차가운 저쪽과 이어졌다

삼투압처럼 스며 쏟아진 남의 비극, 의 조각들에

갑자기 눈물이 나려, 목이 막혔다


살아 있고, 그래서 맛있고, 그게 또 슬프고,

배가 고팠다가 부르고 박하사탕으로 입가심을 하고

결국 온전히 닿지 못할 그들의 비극에 대해

한 순간 마음가심으로 씻어내어 버리진 않을까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오래도 곱씹는 사이

여전히 붓 끝을 채 떼지 못한 슬픔의 마침표가

말줄임표에 담을 수도 없이 노래 되어 이어진다




-


4월에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언저리 주말에 짜장면을 맛있게, 그래서 슬프게 먹었다.

이 글을 쓴 10월이 되도록 그 일은 끝나지 않았고

그건 다시 옮겨 적는 지금도 마찬가지


오늘이 지나면 다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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