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안 마시면 괜찮은 사람이야", 정말 괜찮을까

딱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고민될 때

by 마작가

이성을 만나다 보면 딱 하나의 단점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술만 안 마시면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같은 말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까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의의라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까지 안는 것도 사랑일까.


특히 저런 말은 가스라이팅하는 배우자나 연인을 옹호하는 피해자들이 자주 꺼내는 말이라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이럴 때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첫째, 그 단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인가?
둘째, 그 행동이 나를 상처 입히거나, 두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불쾌하게 만드는가?

셋째, 그 사람은 문제를 인식하고 진심으로 고치려 하는가?

넷째, 아니면 내가 앞으로 그 단점에 적응하고 감수하며 지낼 수 있는가?

(그 행동이 만약 내게 향한 언어/신체 폭력이라면 절대 적응하겠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


문제는 단순한 습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술 마시면 나오는 험한 모습, 욱 하는 성격, 게임할 때 나오는 상상도 못 할 욕설. 이러한 거칠고 사나운 모습부터, 연락이 잘 안 되는 습관, 심한 자격지심, 비위생적인 습관, 대화 회피 같은 여러 방면의 단점까지.


만일 이런 단점들이 관계를 갉아먹고 있다면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이들 중 일부는 그저 단점이 아니라 '악'한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용서와 수용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세상에는 "OO을 하는 연인을 만나선 절대 안 된다"라고 여겨지는 행동들이 있다. 폭력, 바람, 중독 같은 것들이다. 누구나 "그건 안 돼"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람만 해도 그렇다. "한 번 바람피운 사람은 계속 피운다."는 말은 법칙처럼 여겨지고, 바람피운 연인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에게도 "상대가 바람을 안 피우더라도 계속 바람을 피우는지 의심하게 될 거다. 그러니 관계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예측도 진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면 바람을 용서해 주고 관계를 이어가려 하경우가 꽤 많았다.


신뢰를 저버린 이들이 용서를 받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내 일이 아니더라도 화가 솟구친다. 이와 비슷하게 그를 쉽게 용서하는 이들에게도 속이 탄다. "쟤는 그렇게 당하고도 왜 계속 만날까?"라는 생각은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나쁜 상대방과는 결국 배드엔딩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놀랍게도 바람피운 사람이 진심으로 뉘우치며 상대에게 충실해지고, 용서한 쪽은 시간이 지나 충격에서 회복하여 함께 잘 살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걸 보니 연애의 법칙이나 진리처럼 여겨지는 것도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경우 바람은 용서하고 싶진 않다.

혹여 바람피우는 사람들이 쉽게 개과천선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 나쁜 행동을 반복하는 이들이 진짜로 변하거나, 용서한 사람이 상처를 빨리 극복할 가능성은 낮다. 단지 연애에 대한 지혜와 현실은 다를 때도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우리는 '상대방과 이랬는데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지만 보장되는 답이 잘 없다.



단점이 고민을 넘어서 갈등이 될 때

상대의 단 하나의 단점, 단 하나의 사건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때, 결국 선택은 둘로 좁혀진다.

불만이나 상처를 감수하며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관계를 정리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인지.


친구에게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인터넷에 고민 글을 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들에게 전하는 고민은 세세한 상황과 진짜 상대방의 성격이나 의도를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고민상담을 하고 '헤어져'라는 모범 답안을 들어도 '이 사람은 그 사람을 제대로 모르니까' 라고 생각하며 자기 나름의 결론은 따로 내리는 게 아닐까.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신의 몫이다.


내 생각은 어느 쪽이든 결국 사랑의 문제다.

그 사람의 단점을 이해하고 끌어안고픈 사랑,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끝내는 사랑.

혹자는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거나, 자존감이 낮은 것일 뿐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럴 수도 있다. 경우는 다양하기에 정체를 하나로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진심으로 고민을 하는 이에게는 사랑일 테니까.

사랑인 줄 알았던 것을 나중에 뒤돌아 보면 사랑이 맞았는지 아니면 무엇이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너무 늦어지면,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되고 괴로운데도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지기 힘들 때가 올 수도 있다.

사랑만으로 고민할 수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니 충분히 고민하고 진정 원하는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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