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고마움

갑작스럽게 입원하고 깨달은 것들 02

by 논리정연

초등학교 2학년 때 장염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을 뿐.

그동안 참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것의 반증일 테지만

살면서 딱 두 번째 입원이었다.


병원에서 일을 하던 사람인지라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빤히 알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일까.

입원 첫째 날부터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퇴원하고 싶다는 마음만 들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모든 입원 환자들은 외출과 외박이 불가능했지만,

자동차 보험 환자는 원래가 외출 외박이 불가능했으므로

(나가서 또 다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오히려 공평해졌다고 좋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병원 옆 작은 카페에서 면회가 가능했고,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반까지-

일요일에는 면회가 아예 금지되었다.


우리 가족도 각자 본인들의 바쁜 일상을 영위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입원하고 사흘이 지나도록 얼굴 한 번 비치지 못했고

전화로 통화한 게 다였다. (사실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많이 다친 게 아니므로)


예비신랑은 주말에 출근이었다.

시간은 남아도니 무언가 먹을 거로라도 시간을 때우고 싶은데

근처 마트로 가는 것마저도 여의치가 않아 고민이었다.


배달음식은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고...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던 중 배달의 민족이란 어플에서 'B마트'를 발견했다.

매번 배달음식만 시켜봤지 마트에서 누가 사다 주는 걸 이용해 볼 생각은

아예 안 해봤었다.


요새 아무리 배달이나 택배가 좋아졌다고 해도

내가 마트 가서 장 보는 것마저 배달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거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예비신랑과 나는 장 보러 가는 김에 동네 산책하는 걸 특히나 좋아했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이만큼 고마운 서비스가 또 있을까- 싶었다.

나는 내가 입원하는 동안 먹을만한 것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하기 버튼을 눌러 결제했다.


KakaoTalk_Photo_2021-10-24-11-47-32.jpeg 입원하는 와중에도 포기할 수 없는 믹스커피와 떡볶이ㅋㅋㅋ


만 원 이상부터 배달이 가능했고 배달료는 0원이었다.

주문 상세내역에 예상 도착 시간은 10시 40분으로 되어 있었지만

병원 1층 로비에서 배달원을 만난 시간은 10시 13분쯤이었다.


KakaoTalk_Photo_2021-10-24-11-47-20.jpeg 나에겐 그 어떤 때보다도 귀중한 배달 봉지였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인지 가족과 예비신랑보다도 배달해주신 분께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고마움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처럼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야 나가서 장보고

무거운 물건들도 번쩍번쩍 들어서 집에 올 수 있겠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편찮으신 분들에게 이런 서비스야말로 정말 고마움 그 자체겠구나 싶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뛰어나 졌다고 한들

이렇게 몸소 배달을 해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이 아닐까?


덕분에 먹고 싶었던 떡볶이와 믹스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고 이 글을 통해 배달해주신 분께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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