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분아(메리카)!-보스턴 아니고, 케임브리지!

11일간의 북남미 여행담

by 논리정연

<19.05.10.Fri>

비에 젖은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

사추세츠 주에는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대학교들이 많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하 MIT), 보스턴대, 그리고 언니가 다니는 버클리 음악대학. 대학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캠퍼스는 하버드 대학교에만 조성되어 있고 나머지 대학들은 빌딩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여기저기 퍼져있는 식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그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되고 워낙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이기 때문에 우리는 보스턴에 오면 버킷 리스트 마냥 하버드 캠퍼스에 들르곤 했다.


언니는 boylston street이라고 버클리 음악대학 바로 코앞에 셰어 하우스를 구해 유학 중이었다. 한 달에 월세 250만 원이나 하는 고급 아파트 하나를 두세 명이서 셰어 해 쓰는 집이었다.

우리는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노란 버스 1번을 타고 하버드로 향했다.
보스턴의 노란색 1번 버스는 hynse convention center 전철역 앞에서 탈 수 있는데, 찰스강을 건너 MIT를 지나 하버드로 곧장 가는 노선이다. 가는 길목에는 H-mart라는 한인 마트도 있는데 보스턴에서 유학하는 한인 학생들이라면 꼭 한 번씩은 가게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여기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나는 찰스강을 건너면 시(city)가 바뀐다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찰스강은 우리나라 한강에 비해 너무나도 아기자기했기 때문에...ㅎㅎ

하버드, MIT는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 시에 있는 대학들이었다. 보스턴이 아니라...

보스턴에 세 번을 가고도 몰랐다가 글 쓰려고 찾아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과연 그곳에서 2년을 냈던 울 언니는 알고나 있을까? 급 궁금해진다. ㅎㅎ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푸르른 캠퍼스의 잔디들이 촉촉하게 젖어 더 싱그러워 보였다.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풋풋한 이십 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닮아 보이기도 했다.
하버드 캠퍼스에는 존 하버드 동상 하나가 있는데, 사람들이 하도 그 동상의 발을 만져대서 그 부분만 색이 변해있다. *존 하버드(John Harvard, 1607년~1638년)는 영국 출신 청교도 성직자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는 그가 죽기 전 재산과 장서를 기증한 것을 기념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대학 이름을 개명하였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 자식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염원이 표현된 게 아닐까 싶다. 우리도 언니가 처음 보스턴에 오게 됐을 때, 비록 다른 학교지만 대학 생활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그 동상의 발을 서로 돌아가면서 만졌으니 말이다.

미국이 처음인 아빠 역시 그의 발을 만졌다. 2년간 언니의 타국 대학생활이 무사한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을까.

햇빛이 쨍하지 않고 비가 오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날씨여서 그런지 오히려 사진이 선명하게 찍혔다. 우리는 낭만의 대학교 캠퍼스에서 기념사진을 열심히 남겼다.

하버드 도서관은 내부가 예쁘기로 유명한데 안에는 아이디카드가 있어야 해서 못 들어가고... 아쉬움에 건물 앞에서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우산 쓴 여행자 설정샷이다.

우리나라 대학교들과는 다르게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 주변은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하다. 이래서 다들 학문에만 열중할 수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술집이 즐비한 대학가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학교 관련 용품을 파는 가게들과, 레스토랑, 펍, 카페가 군데군데 있을 뿐이다.
우리는 캠퍼스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하버드 근처 아무 레스토랑에나 들어갔다. 맛집을 잘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는 달리 공용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미국에서 화장실이 급했서이도 했다.

화장실이 급해 어쩌다 들어가게 된 멕시칸 음식점
타코 전문점이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서 보니 이곳은 여행객들이 음식 주문을 하기가 약간 번거로운 식당이었다. 서브웨이처럼 하나하나 음식 안에 들어갈 재료들을 골라야 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취향대로 먹길 원하는 사람들에겐 딱이겠지만, 우리는 어떤 조합으로 만들어야 맛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그냥 감으로 이것저것 선택해 주문을 했다.

결과는 평타였다. 조금 짠맛이 강했으나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저녁 만찬을 위해 넷이서 세 개만 시켜서였는지는 몰라도, 하나도 남김없이 다 해치웠다.


다음 날은, 우리 가족 갑분아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한, 바로 언니의 대학 졸업식이었다. 아침 일찍 졸업식장으로 가야 했기에 우리는 언니의 졸업식에 들고 갈 꽃다발을 미리 사놓기로 했다. 마침 언니가 집 근처 예쁜 꽃집을 안다고 해서 이번엔 전철을 타고 언니네 동네로 돌아왔다.

Berklee colleage of music

→ 언니가 부모님을 모시고 짧게나마 대학 투어를 시켜줬다. 지난 2년간 언니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의미 있는 장소다. 부모님의 뿌듯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해외에서의 꽃 쇼핑은 난생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작년에 친구 졸업을 위해 꽃을 사봤던 언니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릴만한 꽃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notice: 꽃마다 가격이 안 써져 있으므로 유의하면서 고를 것!*
미국의 꽃집은 우리나라처럼 다 만들어진 꽃다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꽃들을 모아 플로리스트에게 건네주면 다발로 만들어준다. 멋 모르고 꽃만 선택해서 완성품이 빈약해 보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플로리스트가 알아서 꽃 사이사이 풀잎들을 섞어 꽃다발을 풍성해 보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꽃다발의 가격은 대충 40달러 정도였다. 꽃마다 가격이 안 써져있으니 부르는 게 값인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하고 물가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딜 가나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은 값어치를 하기 마련인가 보다.

자신의 취향대로 골라 만든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는 언니의 뒷모습. 미국 꽃집에서는 잠깐이나마 플로리스트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원래 일정은 꽃을 사고 근처 쇼핑몰에서 지인들의 선물을 산 다음에 밤에 있을 버클리 음대 졸업 콘서트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못한 데다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다 보니 다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좀 쉬고 싶다는 부모님은 집에 있기로 하고, 언니랑 나만 prudential이라는 쇼핑몰에서 지인들의 선물을 사고 왔는데... 가족 모두가 잠깐 휴식을 갖는다는 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저녁 8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7시 반 시작인 콘서트를 놓치고 만 것이다. 아쉬움에 몸서리를 쳤지만(내 생에 언제 다시 버클리 음대 졸업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 무엇하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미리 한국에 돌아가는 짐들을 정리하고 싸기로 했다. 나는 피곤함과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일찍 잠들고 말았다. 내가 정신없이 잠자고 있는 사이 우리 가족들은 맛난 저녁을 해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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