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부적격 처리되다.

슬퍼해야 하나, 기뻐해야 하나?

by 논리정연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원룸, 월세방

2019년 2월 1일

내 나이 스물여덟. 프라이버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부모님과의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독립'을 하게 되었다.

보증금 50만 원(무보증)에 월세 40만 원(관리비 5 포함) 짜리 조그마한 원룸이었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면서, 주변 사람들 죄다 불러서 집들이까지 해가며 싱글 라이프를 즐겼더랬다.

병원에서 나름 안정적인 고수입을 받아가며 생활하던 차, 임금은 확 깎였지만 워라벨은 확실한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한 뒤 생활비의 압박을 받게 되었다. 매달 꼬박꼬박 40만 원이라는 돈이 빠져나가니, 코 앞에 본가를 두고 혼자 사는 것이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대학생, 사회초년생,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입주만 하면 최소 2년 길게는 6년까지도 한 곳에서 살 수 있고, 심지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원룸보다 '훨씬 크고, 쾌적하고, 월세도 저렴한 곳'이라니- 무척이나 메리트 있게 다가왔다.

현재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나 정도면 자격이 딱 맞는 게 아닐까' 싶어 청약신청을 먼저 접수했다. 2주 후, 서류 제출 대상자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문자를 받고, 필요한 서류들을 다 준비해 등기우편으로 제출하고서 두 손 모아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10월 22일 문자 한 통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명? 무슨 소명을 하라는 거지?

본가에서 며칠 지내느라 우편을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집으로 가자마자 우편을 뜯어서 내용을 확인해보니, 내 월급이 글쎄, 행복주택의 자격 기준에 비해 20만 원 정도가 높다는 거였다.

아니, 그럼 대체 행복주택은 나 같은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순간 허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물론 야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야간 수당이 붙어서 임금이 조금 높을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야간에 근무를 하니깐 당연한 게 아닌가? 자격을 '최저시급'을 받느냐 안 받느냐로 따져야지 무슨 수당 다 붙은 통상 임금으로 따지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내가 자격 기준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도 '분명' 있지만 이 기준은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소명할 거리조차 없던 나는 그렇게 행복주택의 자격 '부적격'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해서 아까운 월세를 내며 원룸에서 살 수는 없었다. 나는 행동력 하나는 제일인 사람답게 즉시 전셋집 알아보기에 돌입했다. '아주 비싸서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는 없어야 하고, 풀옵션에, 지하철 근처 역세권이어야 하고, 출퇴근이 30분 안에서 가능해야 하며, 지금 사는 원룸보다는 넓어야 하는.' 나의 이 어려운 조건을 다 갖춘 집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하던 그때!

본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게는 되었지만, '1.5룸' 나름 혼자 살기 쾌적하고 넓은 집을 무려 전세금 5,000만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에 구할 수 있었다! (요새 원룸 전세 구하기 어려운 거 다들 아시죠~??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요!!)

누군가 슬픈 일이 있은 후 기쁜 일이 따라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사 새옹지마, 나의 또 다른 싱글 라이프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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