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룸 귀하디 귀한 전셋집 구하다.

첫눈에 확 반해버렸어

by 논리정연

행복주택에 부적격 처리 문자를 받고 나서 일주일도 안 된, 꿀 같은 휴일 오전.

나는 전셋집을 알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부동산 어플 여러 군데를 눈이 빠져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딱 봐도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집을 전세로 내놓았다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집도 넓게 잘 빠진 데다가 전세금도 저렴한 편이고. 이게 허위 매물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가서 보고 계약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OO역 근처 1.5룸 전세 매물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집주인하고 연락해본 뒤에 다시 전화 주겠다는 부동산 아주머니의 희망적인 얘기를 듣고 나서 나는 애써 침착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몇 분 후(나에게는 영겁의 시간과도 같은), 직접 와서 집을 둘러봐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새로운 집 근처, 단풍으로 물든 어여쁜 길

나는 곧바로 엄마와 언니에게 같이 가보자고 했다. 뚜벅이들 신세인지라 전철을 타고 1시간 가까이 이동을 한 후에서야 새집을 볼 수 있었지만, 결과는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얼른 계약금이라도 걸어서 이 집을 지켜내야만 할 정도로 나에겐 귀하디 귀한 전세 매물이었다. 심지어 내가 이사로 내건 조건들(지금 원룸보다 커야 하고, 전세자금 대출이 나와야 하며, 깔끔해야 하고, 3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해야 하는)마저 다 부합했다.

친절한 부동산 아주머니께서는 본인이 원룸을 전세로 계약하는 데에 있어서(세입자가 나중에 전세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 권유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매물은 내게 운이 매우 좋은 거라고 하셨다. 건물에 대한 융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전세자금 대출도 잘 나오는 편이고, 건물에 딱 하나 전세로 나온 매물을(나머지는 다 월세) 내가 차지하게 되었다는 거였다.

다음 달 월세가 또 나가는 것이 아까웠던 나는 바로 10월 중에 이사하기로 날을 잡았다. 그 안에 대출도 받고 이것저것 준비할 게 산더미 같았지만 월세를 아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생에 첫 전셋집이었다. 오로지 내 힘으로 마련한. 이제야 진정으로 독립을 한 기분이 들었다.

월세방에서 전셋집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내 집 마련'뿐인가?

나는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가슴을 느끼며 벌써부터 김칫국 한 사발을 드링킹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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