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월세, 지름신으로 나빌레라

전셋집으로 이사 후 한 달, 내가 사재 낀 물건들(feat. 물욕)

by 논리정연

나가는 월세가 아깝다며 10월 안으로 부랴부랴 이사한 지 어언 한 달.

그 월세는 결국, 새집을 가득 채우는 가구와 생활용품들만 남기고 지름신과 함께 날아가버렸다. (물론 무언가 남는다는 점에 있어서 월세보다 훨씬 낫기는 하다만.) 집이 예전보다 커지고,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이라서 그런 걸까. 나는 자꾸 뭔가 꾸미고 싶고, 채우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이사 오자마자의 모습. 소중한 나만의 공간(=물욕의 공간)이 두 곳이나 생겨버렸다.

원룸 살 적에 너무 많은 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정말 미니멀리시트로 살아보자며 다짐 또 다짐을 했더랬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내 짐이 많은 게 아니라 이 집이 좁은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룸 이사하는 건데 짐이 얼마나 되겠어-' 하며 아빠 차(스타렉스 최고)로 짐을 옮겼는데(결국 매트리스랑 행거 때문에 두 번 왔다갔다하긴 했지만), 옮기는 내내 아빠와 엄마, 남자친구 모두 이구동성으로 "더 이상 짐을 늘리지 마라(=아무것도 사지 마라)"하며 신신당부하기도 했던 참이었다.

부엌 겸 거실 공간이 생겨 식탁은 필요하니 '딱 식탁 하나만 사겠다'는 나의 다짐은 한 달도 안 되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내면 지낼수록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품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장은 자금의 압박으로 사지 못해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물건들이 점점 쌓여만 갔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리셋되자마자 소파를 지르고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물건들을 할부까지 해가며 결제했다. 그중에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호갱님, 이것도 필요하시죠? 당장 사세요!'라고 나에게 말하듯, 추천으로 뜬 상품들도 있었다.

그렇게 이사 온 지 한 달만에 사재 낀 물건들을 나열해보자면,

1) 기둥식 싱크 선반(설거지하고 그릇 놓을 곳이 없어서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이었다.)
2) 싱크대 물막이 행주 걸이 겸용(싱크대와 냉장고 사이 틈이 있어 그곳으로 물이 튀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에 반드시 사야만 하는 물건이었다.)
3) 수세미 통(설거지하고 수세미 놓을 곳이 없어서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
4) 하얀색 예쁜 원형 테이블과 아트 체어 2개, 접이식 의자 2개(다 밥 먹고 살자며 하는 짓... 접이식 의자는 좁은 공간에서 평소엔 접어 뒀다가 지인들이 왔을 때 쓰고자 구매...)→ 남친의 이사 기념 선물. thanks!
5) 실리콘 조약돌 식탁매트(흰색 테이블이 부담스러워서 구매)
6) 전자레인지(전 자취방에서 맛들린 후 필수템이 되어 구매. 대신 중고로 저렴하게~)
7) 이동식 조리대(싱크대의 조리 공간이 몹시 협소하여 구매.. 이건 엄마도 필히 사라고 했다!)
8) 대형 패브릭 포스터(방 안 창문에 달려고 구매. 커튼보단 가성비 좋다고 생각...)
9) 슬림 침대 사이드 테이블(침대 바로 옆에 콘센트가 있어서 자면서 불편해서 구매... 침대 헤드 겸용)
10) 가방 정리함 9칸(얼마 없는 거라도 명품가방을 잘 보관하겠다며 구매)
11) 3단 선반(거울 옆 화장대 용도로 구매)
12) 프라이팬 정리대(싱크대 밑 수납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구매)
13) 접착식 양념통 선반 1+1(싱크대 안 수납공간이 부족하여 구매)
14) 패브릭 와이드 2인용 소파(침대 말고도 누워있을 만한 곳이 필요해서 구매)
15) 자석 후크 걸이(밖에서 쓴 마스크가 집 안까지 들어오는 게 신경 쓰여 구매)
16) 고목나무(소파 옆, 거실이 허전해서 구매...)
17) 무드등(잠자기 전 좋은 분위기를 위해 구...매...)
1, 2, 3번/4, 5번
6번/7번
8, 9번/10번(추천상품)
11번/12번
13번(추천상품)
14번(가장 고가)/15번
16번/17번

나름 다 이유가 있어서 산 물건들이지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많이도 질렀구나 싶다. 그래도 물건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나만의 공간'을 스스로 채워가고 꾸며나간다는 사실이 평범한 일상을 좀 더 특별하고 설레게 만들어 줬던 것 같다. 특히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나 알람이 올 때 느끼는 그 두근거림이란! (이 자리를 빌려 택배 기사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월급 통장은 할 수 없이 '텅'장이 되고 말았지만, 나에게 필요한 물건들로 나만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가득 채워졌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어차피 전세이고 내 집도 아닌데 꾸며서 뭐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요즘같이 코로나19로 밖에도 잘 못 나가고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기도 조심스러운 때, 내가 가장 오래 있는 집을 카페같이 꾸미고 호텔까진 아니어도 멋스럽게 꾸민다면 그보다 더 좋은 휴식처가 어디 있을까?

구매했던 물건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건 아무래도 같은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고목나무였다. 혼자 사는 집에 식물이 생기니 훨씬 생기 넘치고 포근한 집이 된 것 같다. 앞으로 식물과 꽃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고 집안 곳곳에 두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매해나갈(사재 낄) 것이다.

이번 한 달은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지출을 좀 많이 하긴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만의 소중한 공간을 위해 내가 열심히 번 돈을 아낌없이 투자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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