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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로예 Sep 19. 2021

어서와, K-댄서는 처음이지? '스트릿 우먼 파이터'

K-댄서가 주목받기 시작하다

서바이벌 예능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Mnet이 2021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로 크게 한 방을 날리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댄스' 그리고 '댄서'의 매력에 한꺼번에 빠져들게 하는 마성의 프로그램으로, 스트릿 댄스를 추는 여성 댄서들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기 위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잔혹한 스트릿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 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소개 중에서


필자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알게 된 것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정확히 6일 전, 짬을 내어 친한 친구와 함께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요즘 스우파가 인기더라"는 말을 듣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뭐? 스우파? 고등학교때 배웠던 수니파 시아파.. 뭐 그런 파? 그게 뭐야?(웃음)" "나는 요즘 바쁘기도 하고, 관심도 떨어져서 TV 자체는 거의 안 봐" 이 두 마디는 올해의 실언으로 등극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큰 화제가 되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화제의 뉴스를 피하기란 실로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미국에서는 슈퍼볼 우승팀을 가장 늦게 알게 된 사람을 뽑기 위한 게임을 할 정도니 말이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정보 도망자'라고 불렀는데, 나는 최근 몇 년간 자발적으로 정보 도망자를 자처했다. 노래 한 곡에 빠지면 몇 백번을 듣고, 드라마 한 편에 빠지면 몇 십번이고 돌려보는 타고난 '덕후 기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이슈가 되는 영상들이나 컨텐츠들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만약 전국에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가장 늦게 알게 된 사람 뽑기'란 게임이 이뤄지고 있다면 초반부터 광속 탈락했다. 나에게 물려받은 K-pop과 댄스의 DNA를 지닌 동생이 어느날 저녁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틀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질세라, 어머니도 채널 고정을 하고 계셨다. 자, 여기서 나는 완전히 이 프로그램의 덫에 걸렸다. 이미 뼛속부터 이 프로그램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던, 댄스를 논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내가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와, 정말 끝내주는 프로그램이다.' 


단 한번도 '가수'가 아닌 구성원의 모습을 보기 위해 직캠 영상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저녁 퇴근버스에서 박재범의 <몸매>를 추는 댄서 '허니제이'의 영상을 시청하고야 말았다. 물론, 아침에도 '스우파'의 클립 영상을 보며 출근했다. K-댄서들의 숨겨진 '광산'을 발견한 기분이다. 봐도 봐도 매력은 끝이 없다. 지금까지 너무 좁은 물에서만 즐겼다는 느낌이 든다.


어서와, K-댄서는 처음이지?



K팝이 K(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로 뻗어나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K팝의 주역은 언제나 '아티스트' 또는 '가수'에게만 비춰졌다. 그 기세에 댄서들의 활약은 다소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댄서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춤꾼' of '춤꾼'들만 모인 이곳에서는 오로지 댄서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기사에 따르면 제작진은 댄서들이 주목받도록 섭외부터 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제작진의 노력이 그대로 좋은 결과로 보이고 있는 요즘. 각종 SNS에서는 댄서들의 춤을 커버하는 영상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온갖 패러디 영상이 샘솟는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자들은 '스트릿 댄스'를 추는 댄서다. 오랫동안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의 비주류 문화였던 '스트릿 댄스'가 작금의 핫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댄스라고 한다면 주로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는 '아이돌'의 댄스 또는 그것들을 커버하는 정도가 대중들의 주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대중문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관심사 구멍'을 잘 간파해 '스트릿 댄스'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훌륭한 시도라 판단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대다수의 댄서들은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여성 댄서들이다. 춤의 끝판왕들만 모인 곳에서 누구라도 발을 들이면 쉽게 눈길을 저버릴 수 있을까. 유명 아이돌의 안무가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대학 교수로도 활동했던 댄서, 현재 활동중인 많은 댄서들, 심지어 현재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댄서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니는 출연 구성을 보여준다. 마치 '누굴 좋아할지 몰라서 다 데려왔어'라는 느낌이랄까. 이렇듯 다양한 댄서들의 신선한 등장과 이들의 충격적일 정도로 美(미)친 실력은 모두에게 크나큰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트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포인트 3가지 

1) 결국 시청자의 '반응'이 승부를 가르는 <글로벌 평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특징은 탄탄한 출연진이라는 기본적인 장점 외에도, 시청자들이 직접 댄서들이 속한 각 팀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조회수와 좋아요 수를 통해 집계를 한 후, 최종 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식인데 이를 '글로벌 평가'라 칭한다. 글로벌 평가는 각 팀의 경쟁 점수를 내는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왜냐하면 이는 전문가의 평가도, 동료 평가도 아닌 '불특정 다수'인 대중의 손에 달린 평가이기 때문에 변수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놀랍게도 얼마 전 집계된 바에 따르면 '글로벌 평가' 영상이 합산 2700만 뷰를 넘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우리나라 인구로만 따지면 1/2이 시청한 셈이니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번 시청하거나, 여러 개의 계정으로 이용하는 등의 변수를 배제할 수 없지만 스코어 자체가 보여주는 결과는 유의미하다. 


어찌 됐든 프로그램의 인기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불꽃 튀기는 댄서들의 경쟁 속 '글로벌 평가'는 댄서들과 시청자들의 긴장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게 하는 강력한 무기다. 

 

2) '우먼 파이트'라는 프로그램명에 걸맞는 잔인한 생존 경쟁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스트릿(스트릿 댄스)+'우먼(여성)+'파이트(경쟁)'인데, 실로 철저하게 프로그램명의 취지를 살려주는 것이 바로 '여성 댄서들의 경쟁'이다.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여자들의 미묘한 그러나 확실한 기싸움부터 시작하여 진짜 '춤'으로 붙는 뜨거운 경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팀 경쟁에서 1위를 한 팀의 리더가 패자 결정전에서 싸울 팀을 '알아서' 결정해야하는 잔인한 생존 세계를 여과없이 그려낸다. 보는 사람도, 보이는 사람도 '너무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냉정한 경쟁 시스템을 연출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그 옛날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하게 할 정도다. 순자의 '성악설(본래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다는 윤리사상)'도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 한해서는 모두가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또는 '질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 구도는 '자극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 스스로가 '스우파'를 끊을 수 없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피말리는 경쟁 속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댄서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낸다. 그런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가슴 한 편에 불편한 무언가가 얹힌 듯 답답하면서도 역설적인 '쾌락'을 느끼며 리모콘에 손을 갖다댈 수조차 없게 된다. 


어쨌든 결국 이 모든 것은 '치열한 경쟁을 바라보는 시청자'를 타겟한 기획자들의 연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살벌한 경쟁에 내몰리는 댄서들을 보다 혈압이 오를 때면 이 사실을 떠올리곤 한다.  


3) 흔하게 볼 수 없는 완성도 높은 무대 구성과 연출

 

스튜디오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각 팀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야외 또는 세트장에서 댄스 영상이 촬영되어 시청자들에게 공개된다. 먼저 '글로벌 평가'를 위해 빠르면 2개월 정도 앞당겨 유튜브에서 선공개가 되며, 유튜브를 보지 못했더라도 현장감 넘치는 편집본을 본 방송에서 볼 수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누리는 이유 중 가장 비중있는 것은 '완성도 높은 무대 구성과 연출'이라 생각한다. 댄서들의 의상부터 시작하여 완벽한 세트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와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댄서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과 몸짓, 배경을 최대로 살려주는 연출 덕분에 'K-댄서' 입문자들은 '오, 여기 굉장한데?'라는 첫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케이블 방송 Mnet은 이미 댄싱9, 힛 더 스테이지, 썸바디로 세 차례나 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전 사례와 최소한 비슷하게, 혹은 더욱더 화려하고 탄탄한 기획력과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자명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예고한 미래 


문득 방송을 보다가 '마치 새로운 세계와 와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즉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보지 못한 또다른 영역에 발을 들인 감각이다. 나는 이것을 '새로운 문화'에 문을 두드렸다고 표현하고 싶다. 존재했지만 존재감을 내지 못했던, 숨겨진 '스트릿 댄스'라는 문화에 제대로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명언이 등장한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며 더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맞이할 우리들의 미래를 떠올려본다. 지금은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문화들의 힘을 나중에는 더 많이, 더 빨리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성 스트릿 댄서들의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하며,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갈 '미지의 세계' 또한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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