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한 공자 왈에서 벗어난 유쾌한 논어 에세이
인생에서 삶의 주체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세상의 수많은 유혹과 부정에도 마다하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마땅히 '수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온전한 의식으로 거부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내딛는 모든 걸음, 내뱉은 모든 말 그리고 행하는 모든 행동이 '주체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놀랍게도 2500년 전, 우리보다 앞서 이 수련을 완성한 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공자'.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사상가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공자 삶의 원동력은 권력욕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려는 의지"라고 했으며, <논어>의 '헌문' 편에는 공자를 일컬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즉 그는 사람이 지닌 자유의지를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한 자다. 그는 자신에서 벗어난 외부의 것에 끊임없이 속박되는 한계적인 존재가 되기를 거부했다. 세상이 부서지듯 불행과 악이 만무했던 '춘추전국시대'에서 사랑, 즉 '인(仁)'을 외친 공자. 그의 가르침이 21세기에 다시 부활했다. 바로 도서 '논어와 음악'을 통해 잠자고 있던 공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승님, 인생을 한마디로 말해주십시오."
"고난이다!" 그런데 명심하라. 고난을 이겨내야 길함이 있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며 평생 도를 좇고, 이를 실현하고자 13년동안 천하를 돌아다녔다. 그런 그가 깨달은 삶의 이치는 '고난'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난이라는 현상 그 자체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보다 그 스스로 고난을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가 왜 <논어>를 읽는가를 묻는다면 "인생이라는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유교의 근본문헌이 되는 <논어>는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영감을 주고, 삶의 기강을 바로 잡는 기틀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8월, 우리 사회와 논어를 연결하는 동시에 음악까지 곁들인 신선한 에세이가 세상에 나왔다. 도서 '논어와 음악'은 총 4장, 26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철학 에세이다. 본 에세이를 통해 원문보다 더 쉽고 간결한 언어로 <논어>의 의미와 공자의 가르침을 곱씹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 그리고 뉴노멀 시대를 일컫는 최신 트렌드까지 이야기의 장으로 가져와 삶의 본질을 되새길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혹은 감사하게도, 삶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는 오로지 '선택의 영역'에 속한다. 공자는 우리의 선택 중에 가장 절실한 것은 '인(仁)'이라 말했다. 인은 곧 사람이자,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피 튀기도록 경쟁적인 사회에서, 남을 짓밟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세상에서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겠냐며, 그건 '이상적'인 가치일 뿐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그 누군가의 반응 또한 2500여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가 어지럽고 도가 흐트러진 것은 마찬가지다. 분명한 바는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더욱더 '본질'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만큼 어지러운 세상이니까, 사랑하기를 권하고 실천하는 것은 바보같고 어리석은, 쓸모없는 일이야.'라고 한다면 오히려 현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언행일 수밖에 없다.
자초와 난초가 깊은 숲속에 나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향기를 내뿜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
군자도 도를 닦고 덕을 세우다가
곤궁에 빠졌다 해서 절의를 바꾸지는 않는 법이다
인을 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p.53 중에서
논어에는 빠져있는 공자의 일화를 기록한 책인 <공자가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는 인을 실천하기 위해 세운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하나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자기가 서고자 하는 것에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이루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가 제시한 사랑의 방법, 즉 인의 실천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고리타분한 '사랑'이 아니라, 앎과 행함이 일관된 '지행합일'의 실천인 것이다.
제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앞서 말했던 '인'을 행하는 가치와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다. 필자가 눈여겨본 소주제는 바로 공자와 제자의 일화가 담긴 이야기였는데, 고등학교 1학년때의 담임선생님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애제자인 안연이 자신보다 앞서 세상을 뜨자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하며 대성통곡했다. 공자가 목놓아 울 정도로 아꼈던 제자 안연은 <논어>의 '자한'에서 "스승님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구나. 차근차근 이끄시어 문(文)으로 나의 지식을 넓혀주시고, 예(禮)로 나의 행동을 요약해주셨다."라 일컬은 자다. 공자와 안연이 맺었던 인연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함께 덕을 쌓고 도를 행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였다. 스스로를 닦고 사람을 잘 다스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목표로 똘똘 뭉친 제자와 스승 공자의 유대감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위 일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완전히 뒤바꾸어주신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는 것을 행으로 실천하기'위해 메신저를 통해 추석 안부인사를 전해드렸다. 분명 이 책을 읽고 있는 목적은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스승께 전해드린 '자한'의 구절은 당신에게 기분좋은 울림이 되었고, 그 덕분에 추석의 저녁을 맞이하는 마음은 더욱더 살찌고 있었다.
혹자는 '공자 왈'을 듣자마자 '고리타분하다' 또는 '어렵다'는 생각부터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본 도서의 제 3장만은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장이다.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 속에서 사는 뉴노멀 시대(New Normal) 속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어지러움'과 '혼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2500년 전 공자의 생활 습관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개척하는 근본을 새로이 일궈볼 수 있다. 그는 "군자는 식사할 때 배불리 먹기를 바라지 않고, 거주함에 편안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억측과 집착, 고집과 자만을 거부했다. 더 나아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네 가지를 태도를 유지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21세기인 현재의 젊은이들과 세계인을 현혹시키는 SNS는 주체적인 생각과 사고하는 힘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이 과정 속에 우리는 배부르게 먹는 것을 넘어 식생활의 균형을 파괴하는 온갖 '먹방'을 시청하고 따라하며,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라면 물어뜯고 싸우는 억측과 고집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런 행태는 곧 공자가 이야기한 '예가 아닌 것' 그 자체다. 즉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를 허물이라 한다." <논어>의 '위령공'에 기록된 구절이다. 뿌리깊은 불평등과 각자동생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21세기의 춘추전국시대인 지금,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그리고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공자가 넌지시 제시하는 삶의 가치는 바로 정직과 윤리, 고상함과 순수함, 당당하면서 지킬 것은 지키는 예의, 솔선수범과 여유, 배려와 양보, 한결같은 마음과 인간다움이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기술의 발전속도가 가장 가파른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수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 '평생 학습'이 아니라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도, 기회도 가질 수가 없는 요즘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한 평생 학습이란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지식'에 국한되는 것같다. 공자가 제시한 '학습'은 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에 있다.
공자는 우리에게 배움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권했다.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라는 <논어>의 첫 구절은 배움과 익힘의 자세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 공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배움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어지는 것이고, 지혜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방탕해지는 것이고, 신의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진리를 해치는 것이고, 정직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박절해지는 것이고, 용기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폭해지는 것이고, 굳센 것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경솔해지는 것이다" - p.185중에서
<논어> '양화'편에는 여섯 가지 말과 여섯 가지 폐단으로 잘 알려진 대목인데, 여기서 말하는 '인, 지혜, 신의 정직, 용기, 굳셈'의 육언은 그 자체를 좋아하는 데서 그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고 실천하며, 생각해서 다시 질문하는 자세인 '호학'이 필요한 이유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하였다. 즉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배움은 단순히 지식의 영역을 넘어서 '덕행을 실천하려는 의지'인 것이다. 끊임없이 사람다워지려는 노력, 이를 위한 배움은 평균 수명이 나날이 드높아지는 세상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근원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총 4장의 카테고리 속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주제 맨 앞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음악 QR 코드'다. 저자는 논어에 담긴 공자의 가르침을 이 시대의 가사와 멜로디로 재탄생한 노래들을 선곡하여 26개의 소주제마다 26개의 음악을 소개했다. 본 도서의 제목이 '논어와 음악'인 이유도 책 속에서 '음악'이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음악을 감상함과 동시에 인류의 스승이 되는 공자의 명언들을 한 마디씩 새기다보면, 어느새 책장을 펴기전 자신보다 더 향기롭고 빛나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공자와 함께 삶의 본질을 향해 떠나는 여행, 도서 '논어와 음악'과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흔들리던 영혼과 마음을 사랑으로, 음악으로 감싸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