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라게 한 시간들
모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끝으로 8년여간의 나의 방송생활은 끝이 났다.
늘 수면 부족에, 불안하기도, 지치기도, 피가 마르기도, 뿌듯하기도 했던 시간 속 여러모로 변화하고 성장했던 시기였다.
내성적이었던 성격
사회성
업무 능력치
끈기
체력
등등 많은 면모가 바뀌기도 했는데 이 일을 하려면 책임감, 지구력이 필수였기에 어리바리하고 미숙했던 내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회사원으로 치자면 프로젝트를 매주 해결하는 기분으로 일하면서 휴대폰 분리불안증(연락을 제때 받아야 빠른 진행 및 변수 해결이 가능하기에 휴대폰을 수시로 체크 안 하면 불안했던 나)이 생기기도 했지만 대신 강철 멘털을 가지게 됐다. 웬만한 변수에는 크게 놀라거나 동요되지 않는달까.
더불어 여러 촬영현장에서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마주하고 겪으며 마음과 생각이 유연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사람 공부도 했다.
또 현장 상황에 따라 때론 스타일리스트, 때론 소품 제작자, 때론 연출자, 때론 반려동물 훈련사 혹은 재연배우 1이 되기도 했던 경험은 당시엔 웃펐지만 피와 살이 되었다. ( 아마 대학생 때 알바를 했던 것보다 다양한 직군으로 변신했으리라 )
책상 앞에서 대본만 썼다면 단편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나아지지 않는 근로환경으로 인해 방송계는 떠났지만 요즘도 이때의 직업병이 남아있긴 하다.
TV 프로그램을 볼 때 좌상단부터 상황자막, 말자막을 빠르게 순간 스캔하며 오타를 찾아낸다거나 화면 구성을 분석한다든지, 궁금한 인물, 내용을 보면 갑자기 검색을 하며 해당 내용을 깊게 찾아본다든지, 화면상 다양한 인물컷을 보며 촬영할 때 몇 대의 카메라를 썼을까 세어보는 것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피땀 흘리며 다음 방송을 준비 중일 수많은 방송작가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가끔은 나 자신을 돌보며 보다 건강하게 보다 즐겁게 건필하는 날들이 되시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