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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이유

나와 내 사람들을 위한 밀도 있는 시간

by 윤혜정


난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
돈독한 지인을 다 합해도 20명가량이니.
한때는 인맥이 곧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해서 한번 친해진 사람과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소모임이나 지인의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합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회성에 불과했다.
꾸준히 모임에 참석해 안면을 터보아도 어느 정도 이상은 깊이 있게 친해지지 않았고 한 끼를 즐겁게 나눈 밥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달까. 그 모임을 가진 순간 이후에는 서로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 금방 친해지는 사이는 소수였다.


이런 경우가 되풀이되니 인맥과 친목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애쓰고 노력해야 늘어나는 것일까, 역시 내가 E성향이 아닌 탓일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령 억지로 노력해서 좀 친해졌다고 느껴진 관계는 길게 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대화가 끊기고 연락도 끊겼다.
아마도 서로 계속 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리라.



인맥을 위해 몇 년간 노력해 보다가 어느 순간 혼자서도 밥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잘 지내는 나인데 굳이 넓혀지지도 않는 인맥을 넓히고자 일부러 모임에 나가고 억지 텐션을 올리는 것이 필요한 걸까 싶어졌다.
인맥을 위해서 시간 소모, 감정 소모, 에너지 소모를 했지만 남은 것은 별로 없었기에.

사람을 많이 알아두는 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걸까. 진짜 나를 잘 알고 서로 위해주는 진짜 내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더 갖고 나에게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뜻깊지 않을까.
그 시간을 차라리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에게 필요한 것들, 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진정성 있는 시간에 쓰자는 생각으로 전환됐다.
이른바 선택적 관계랄까.
내가 혼자 있는 것을 몹시 외롭고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혼자서도 불편하거나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고 가족, 주변의 찐친들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미니멀 인간관계'를 지향하기로 마음먹자 심적인 여유가 생겼고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려는 시간에 나와 현재를 객관적으로 보며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어차피 마이웨이라고.
그러니 남을 신경 쓰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억지 노력을 할 시간에 내가 해야 할 것, 나와 내 사람들을 위한 깊이 있는 시간에 몰두해야겠다.
그런 시간들은 뜻깊은 추억과 좋은 결실로 남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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