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산사에서/ 조성범
동자승 뒷모습 같은
산사의 하늘 아래
소원돌에 백 년을 기원하고
향긋한 찻잔에
천 년을 기원해봐도
백팔번뇌 송이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山寺의 밤은 깊어만 갔다
짙은 어둠 끝
청아한 풍경소리에
산사의 아침이 밝아와
나지막한 예불소리를 찾아
첫 문을 지날 때
일심으로 풍진을 떨치니
가지런한 아침 햇살 아래
공양간 지붕에 언뜻 비추는 도솔천
선방에 들지 않아도
내가 곧 대웅이라
설이 무엇이고
법이 무엇인가
가득한 풍광으로
구절초 그윽한 차향으로
발우공양하여
부처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