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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Jun 16. 2017

시향

나무 사이를 걸어가는 남자

나무 사이를 걸어가는 남자/ 조성범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낡은 어깨에 삽을 둘러매고
나는 산그늘에 잠긴 나무 사이를 걸어간다.
 
한평생 내 땅 하나 없어도
단단한 발등뼈, 굽은 등으로
고운 아내와 무탈하게 살아왔다
 
새벽달이 떠오르면
아내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고요히 일어나 삽을 어깨에 둘러멘다.
 
또 하루를 보내고 해 질 무렵
나는 산그늘에 잠기어 가는 나무 사이를 지나
오롯이 기다리는 늙고 고운 아내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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