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조성범
사랑을 한다는 것은
마중물따라 솟구쳐 오르는 물 한 모금 마시는 것
희부연 유리창 너머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 앉아 술을 마시는 것
자꾸 비기만 하는 술잔에 빌고 또 비는 것
사랑을 한다는 것은
봄날 햇살을 꽉 깨물어
팍 터지는 비릿함을 삼키는 것
끝 모를 그리움에
색 바랜 린네르 손수건 접고 또 접는 것
거칠 것 없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
그 세월이 또 아름다운 것
빈 가지 사이 흔들리는 골목길
창밖으로 눈은 내려 쌓이고
바람에 검정 비닐 철새 되어 날아가고
채워지지 않는 빈 잔에 술을 따르고
밤은 깊어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