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꽃잎지고
술잔에 꽃잎지고/ 조성범
봄날에
네가 취했구나
혼자 마신 술잔이
가볍기만 하다고
밤비에 날리는 꽃잎이 가벼워 보이다니
혼자 마시는 술, 술잔이 가볍기만 하다고
한철 견디어 내고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갈 길 가는 꽃잎이 가벼워 보이다니
제정신이더냐
온 봄날 열꽃 펴
몸살 앓던 그 꽃잎
한 갓 비바람에 졌다
가벼워 보이더냐
밤과 낮을 번갈아
낮과 밤을 번갈아
통째로 햇덩이를 삼켜대던
활활 타오르던 그 슬픔이 저렇게
사뿐히 떠나는 그 슬픔이
가볍더냐
봄날에 쪽 쪽 입맞추더니
취했구나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