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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Jul 13. 2017

시향

술잔에 꽃잎지고

술잔에 꽃잎지고/ 조성범


봄날에
네가 취했구나
혼자 마신 술잔이 
가볍기만 하다고
밤비에 날리는 꽃잎이 가벼워 보이다니
혼자 마시는 술, 술잔이 가볍기만 하다고
한철 견디어 내고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갈 길 가는 꽃잎이 가벼워 보이다니
제정신이더냐

온 봄날 열꽃 펴 
몸살 앓던 그 꽃잎
한 갓 비바람에 졌다 
가벼워 보이더냐

밤과 낮을 번갈아
낮과 밤을 번갈아
통째로 햇덩이를 삼켜대던
활활 타오르던 그 슬픔이 저렇게
사뿐히 떠나는 그 슬픔이 
가볍더냐

봄날에 쪽 쪽 입맞추더니
취했구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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