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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Jul 14. 2017

시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조 성범 


비는 오고 
참 무료한 한낮이다 
팔자가 삐딱해 
개 팔자로 늘어지지도 못한 
천상 사람이라 
뜨거운 댓잎 차 한잔으로 
가슴속만 달궈대다 
휘적휘적 문밖을 나서 
낮술 거리 찾아 나선다 
긴 파마머리 뒤를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선 건 
순전히 아찔했었던 벌꿀 향기 때문 
탱고 탱고 끈끈한 음표들이 
두 번 꺾어진 어두운 계단 아래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춤이라도 배워볼걸 
살아온 이야기가 그다지 별것 없기에 
먼 이국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전해져오는 춤곡에 맞춰 
몸 울어댈 얼굴 하나 없고 
골목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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