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조 성범
비는 오고
참 무료한 한낮이다
팔자가 삐딱해
개 팔자로 늘어지지도 못한
천상 사람이라
뜨거운 댓잎 차 한잔으로
가슴속만 달궈대다
휘적휘적 문밖을 나서
낮술 거리 찾아 나선다
긴 파마머리 뒤를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선 건
순전히 아찔했었던 벌꿀 향기 때문
탱고 탱고 끈끈한 음표들이
두 번 꺾어진 어두운 계단 아래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춤이라도 배워볼걸
살아온 이야기가 그다지 별것 없기에
먼 이국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전해져오는 춤곡에 맞춰
몸 울어댈 얼굴 하나 없고
골목길을
걷고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