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고목/ 조성범
한 번쯤 꽃 피고 지기는 했을까?
세월 겹겹이 쌓인 등걸에 햇살 까불거리고
들녘 휘돌아가는 먼 기적 소리 더듬는 마른 가지 끝
어느새 취해버린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간다
살아온 세월 길기만
그렇게 길기만 했을까?
가슴 저미는 회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질 때
집으로 돌아가는 가쁜 숨결로 달래어 본다
오늘, 내일 언젠가 이 길 끝 다다르면
살아온 세월보다 조금은 나은 날도 있을까?
혹시라도 살아온 세월보다 더 깊은 진창 속은 아닐까?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는 동안
헤진 보퉁이에 또 한 겹 세월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