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풀씨로 떠나자
유월, 풀씨로 떠나자/ 조성범
너울너울 날아보자
고비 사막에서 불어온 바람 타고
청포도 알 같은 그리움 안고
소맷자락 붙잡고
은근히 애교떠는 숫햇살 데불고 떠나자
새하얀 뭉게구름으로 기차 발통 맹글어
저 끝 간데없는 하늘 푸릇한 들녘으로
너울너울 날갯짓으로
산등성이 쉬어가고
개울가 물 버들 인사도 나누고
해 질 녘 황소걸음으로
초록이 깊어가는 유월, 찬란한 날에
채울 것도 비울 것도 없는
그 찬란한 날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훌쩍 날아올라
푸른 들녘으로
너울너울 날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