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부끄러움 / 조성범
전날엔 안개가 낀 새벽이 부끄러웠고
오늘은 습습한 바람이 부는 한 밤중이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봄밤이면 한 움큼씩 달빛 모아 내 얼굴 비추어 봅니다
어둠속 길 밝히는 건 여린 별빛이고
순식간에 다리 벌려 자리 차지하는 것은 게으른 태양입니다
꽃이 피는 건
거친 나무껍질 앓는 소리, 똑! 똑! 잘린 새순의 숨죽인 울음,
꽃을 사랑하는 건
가늘고 흰 손가락, 빛나는 샹들리에아래 웃음소리
햇살 아래
꽃이 피고, 잎이 지고,
결단코~ 발설하지도 못할 분노가
어젯밤은 부끄러웠고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러움의 손길이 닿는 자리마다
꽃이 지고 마른 잎이 쌓여갔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사막에 홀로 서 있듯 쓸쓸하기만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