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by 조성범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조성범



언제나

무엇인가를 딛고 서는 것은

누군가의 소문이 아니라 내 선량한 말들이었다.

하루는 벌써 지나갔고

선량한 말들은 돌격하는 기마병처럼

천사백육십도 각도로 수직으로 수평으로 뿜어져 나간다.

하루가 끝나기 전에는 언제나 서 있어야 하고

서 있으려면 무엇인가를 딛어야만 하는 숙명으로

밤이면 자주 서럽게 울어야만 하였다.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입술에 비해 발바닥은 눈부시게 희어지기만 했다.

나는 서 있기만 하고 걸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는다면 절대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저 숨소리조차 불허된 땅속으로 숨어들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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