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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Sep 27. 2020

메타세쿼이아 숲길

메타세쿼이아 숲길



야트막한 오르막 흙길을 따라
눈썹달처럼 줄 지어선 메타세쿼이아
잎사귀에 햇살을 꿰어 그 어디만큼의 시간을
당기고 있었다

밑동 근처 햇살 쏟아지는 자리엔
봄까치꽃, 괭이밥, 별꽃들 소곤거리는 수다 가득해
단단했던 시간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고
벤치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노인들처럼
한가로운 바람이 그 사이를 지나갔고

하늘 한 뼘 오르기 위해
열 뼘은 파고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며
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그저 가만가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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