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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Sep 02. 2021

김치부침개

김치부침개



비 오고 몹시 바람이 불어대는 점심 무렵

굳은살 가득한 손으로

신 김치 싹둑싹둑 썰고

조금 됨직한 반죽을 해

새벽 거리 청소부 허기진 빗질처럼

낡은 프라이팬 달구어지고 난 후

한 번쯤 되돌리고 싶은 날들을

국자 한가득 떠 프라이팬에 올린다

기름 위로 지글지글 번지는 “그때 왜 그랬어” 소리에

살살 눌러 펴가며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주고

바삭하니 익어 갈 즈음 “미안해” 하고 뒤집어 준다

뚝방 길 마주 잡았던 손바닥 같은 냄새가

창밖을 넘어갈 때쯤

낡은 꽃무늬 접시에

뜨거운 김치 부침개 올려놓고

늦잠 깬 아내를 불러

개다리소반 위에

뜨거운 손맛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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