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부침개
비 오고 몹시 바람이 불어대는 점심 무렵
굳은살 가득한 손으로
신 김치 싹둑싹둑 썰고
조금 됨직한 반죽을 해
새벽 거리 청소부 허기진 빗질처럼
낡은 프라이팬 달구어지고 난 후
한 번쯤 되돌리고 싶은 날들을
국자 한가득 떠 프라이팬에 올린다
기름 위로 지글지글 번지는 “그때 왜 그랬어” 소리에
살살 눌러 펴가며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주고
바삭하니 익어 갈 즈음 “미안해” 하고 뒤집어 준다
뚝방 길 마주 잡았던 손바닥 같은 냄새가
창밖을 넘어갈 때쯤
낡은 꽃무늬 접시에
뜨거운 김치 부침개 올려놓고
늦잠 깬 아내를 불러
개다리소반 위에
뜨거운 손맛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