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있잖아요

by 조성범



있잖아요/조성범


있잖아요
참 별일이지 뭐예요
어젠 지랄같이 햇살만 너무 좋았잖아요
그런 날 은 저 혼자 달아올라 시뻘게진 해가
허둥지둥 바닷속으로 숨어버리고 나면
나는 너무 약이 올라요
그래서 그런 날은 술을 한잔 마시곤 하거든요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술 한잔에 혀가 꿀거덕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 버리지 뭐예요
그래서 말없이 술만 마셨어요
술병 속 술이 술잔으로
술잔 속 술이 목구멍 속으로
술잔 든 왼손이
술잔 든 오른손이
움찔거리던 발가락까지
딸꾹질만 남았다니까요
정말 이상도 하지요

오늘은 비가 오더군요
양치질하다가 온몸이 가려워서 빤쓰까지 홀랑 벗고
찬물로 샤워를 하려는데 비누칠에
축 늘어진 불알만 남지 뭐예요
참 별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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