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백두산, 그 아침의 숨결

by 조성범


이른 새벽,

내 발끝보다 먼저

하늘이 눈을 떴다


쓸쓸한 길 위

잠든 푸른지붕을 깨우는 바람

나는 낯선 공기를 마신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돌기둥을 지나

익숙한 듯 낯선 구름 사이로

백두가 깨어난다


붉은 문을 지나며

돌사자와 눈이 마주친다

여행자라는 이름

그 앞에 잠시 멈춘다


장백의 글자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내 안의 오래된 기억이

그곳에 스며든다


장미꽃 한 송이

고향의 어머니 앞뜰을 닮았다


햇살이 정면에서 떠오르고

나는 나를 잃은 채

풍경이 된다


타인의 땅에서

나는 조용히,

세상의 일부로 숨을 쉰다


백두산은 묻지 않았다

왜 왔는지를

다만

아침빛으로 나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