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봄날
도시의 봄날 / 조성범
손을 뻗으면 닿을까
나비 날개 접는 소리
풀잎에 앉는 바람소리
구름이 달빛을 가리는 소리
홀로 등불 켠 외등 한숨 소리
긴 목 숙인 할미꽃 흐느낌 소리
하늘 끝 아직은 어린 햇살 첫 울음소리
어디로 간 걸까
꽃잎 행굼 물 같은 말간 아침
빠알간 꽃 향기롭고
새들은 노래하고
바람은 잔잔하고
하늘은 푸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방 둘러멘 갈래 머리 여자아이가 지나가고
담배 피워문 잠바차림 아저씨가 지나가고
짧은 치마 걸쳐입은 아가씨가 지나가고
등 굽은 할메가 지나가고
개도 한 마리 지나가고
또 텅 비워지는 골목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지고
찾아오는 것들이 사라지고
흘러가는 것들이 사라지고
손을 뻗으면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