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산세베리아 화분/조성범

by 조성범

산세베리아 화분/조성범

밤 열 시 십오 분

동막행 열차가 부평역을 지날 때였습니다

매끈매끈 반듯반듯한 얼굴들 사이

그중 젤 고운 건 당신의 얼굴이었습니다

참 곱기도 했습니다

해 말간 날 하늘 한 귀퉁이 낮달처럼

버들잎에 물웅덩이 번지는 동그라미처럼


풀잎 하나 누일 수 없는 바람 따라

동막행 열차가 부평역을 지날 때

거북등같은 두 손에 산세베리아 화분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낡아 버린 리본처럼 금 간 당신의 얼굴에

향기가 배어 나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느다란 팔목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 보이던 당신의 얼굴이

참 고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