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바람이 전하는 말/ 조성범

by 조성범

바람이 전하는 말/ 조성범


바람이 부는 건

어디선가 꽃이 지는 거래


사막을 지나

먼 대양을 건너와

빈집 마당에 풀잎을 흔들고


긴 밤을 지새운

새벽녘 별빛 아래

네 뺨을 스치는 젖은 바람은

먼 곳에서 진 꽃의 이야기 속삭여 주는 거래


허공을 붙들고

햇빛을 그러모아

단단한 세월을 켜켜이 쌓는 바람은

한낮에 진 꽃들의 사연들을 전해주는 거래


달빛 아래 기어코

피어났던 색색의 꽃들이

시간의 회오리 속에 참아낸

무지갯빛 꿈으로 시작된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거래


바람이 불어올 때는

꽃씨 하나를 심어 볼래

어디선가 지는 꽃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가며 어느 날엔가 활짝 필 꽃을 위해


오늘도 바람이 불어

먼 곳에서 꽃이 지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