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카사블랑카/ 조성범

by 조성범

카사블랑카/ 조성범



누군가는 예언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주정뱅이 한탄이라고 했지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주점 카사블랑카의 벽을 가득 채웠던

글씨들을 떠올리며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은 사라져 버렸고

햇살이 번뜩이는 거리 인파 속에서

홀로 서 있다


내 모든 꿈은

씨앗 하나 남겨두지 않고

지나쳐간 바람 속에 먼지만 풀썩이고

자정 무렵이면 술 취한 여인의 노랫가락 속

예언이 가득했던, 한탄이 넘쳐 흐르던

벽조차 허물어졌다

한낱 추억만 남긴 채


무엇을 기억하려 했을까?

알 수 없는 예언에 슬피 울던 그 남자

혹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던 그 여인은

지금 어딘가에 살아 있을까?

이름 모를 작은 풀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