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편지/조성범
여행자의 편지/조성범
그리운 이여
나는 지금 오아시스 대추야자나무 아래 누워
밤하늘 바라보며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봄이 깊어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 있는 이 사막에도 모래바람을 뚫고
봄 깊어 꽃이 피어납니다
무엇을 찾아 사막을 가냐 당신이 물었지요
오늘도 별빛은 맑게 흐르고 있습니다
복숭아뼈 사이 모래가 서걱거립니다
가슴 속엔 모래강이 거세게 흐르고 있습니다
내 찾는 것 무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떠나지 않을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떠나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밤하늘 빛나는 별 중에도
상처 입고 신음하는 별이 있을까요
당신을 떠나 아득하게 먼 곳에서
자유로움 속에 쓸쓸합니다
들꽃이 찬 이슬에 흔들거려
바람에 꽃잎 하나 띄워 봅니다
꽃잎이야 모래 속 묻혀 버리겠지만
꽃향기 바람에 실려 당신의 슬픔에 닿겠지요
별이 지고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면
두고 온 시간처럼 또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모래 조각 날리고 날려
빗물 고여 파릇하게 풀들이 돋아나면
걷고 또 걸어 사막 끝 다다르면
그 발길 당신께 다다를 수 있겠죠
그 날이 오면 그리운 이여
나 당신에게 무릎꿇어 용서를 빌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