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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May 26. 2017

시향

한낮 풍경

한낮 풍경/ 조성범


토종~닭- 빨간~닭- 맛좋은 토종~
세에~마리 만~원
모기장 달아~요
에어~컨 삽니다
행상 트럭이 지나가고 또 오고
솜 가시 아래 노란 꽃 달린 토마토 화분 옆에 서
중학교 미술책 속 원근법에 충실한 눈으로
종일 거리를 내려다본다
운 좋게 비는 오지 않고
햇살이 참 좋은 오월의 하루
형제수퍼 앞 평상엔 재가 된 일기장 속 글씨처럼
희미한 노인네 셋 남과 북을, 미와 일을 들었다 놓았다
참 기운 좋기도 하다
점심 나절 부터 마셔대는 막걸리 힘인가 보다
황사 바람 따라
흘러 흘러온 양파가 산더미같이 쌓인 만리성 앞
오토바이엔 철가방 부릉부릉
지나가는 여인네 뒤태에 춘장같은 눈길 처 바르고
절간을 벗어나
거리로 나선 늙은 중 발걸음 닮은 말간 햇살이
칠십년대 바나나 향기처럼 코끝에 살랑이는 오후
담벼락 가득 피어난 덩굴장미 아래
쭈그려 앉은 등 굽은 할메
가방 빙빙 돌리며 뛰어 온 단발머리 계집아이
막대 사탕 내미는 조막손
고운 꽃 하나 내미는 주름진 손
삶은 조금 향기롭기도 한 것 같기도 한데
왜 현기증이 날까
여자가 지나가고
사내가 지나가고
개는 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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