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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May 24. 2017

시향

사모곡(思慕曲)

사모곡(思慕曲)/ 조성범



피어날 꽃들에,

이미 지고 난 꽃들에

우리의 이야기 이입시키고 싶소

방어기제 모두 무장해제 시키고

놀 빛 물든 하늘가 어느 저녁 무렵에

서고 싶소


사랑을 잃은 세상은

봉분조차 허물어진 묘지를 찾아 헤매는

슬픈 울음소리라오

걸어도 걸어도 끝내 제자리 맴도는 미로라오


지금은 한여름 밤 꽃 색도, 꽃의 향기도 없고

꽃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허세라지만

어느 꽃대 하나 솟아나고 있을 것이라오


수없이 많은 밤을 새우고 새벽 별빛을 기다리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온 잎새 흔들려도

꽃대 하나 밀어 올렸을 것이오


지금은 은하수 건너 견우와 직녀가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밤이오

오늘 밤에는 당신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오


피어날 꽃에 보고픈 당신의 이름을 붙이고

이미 지고 난 꽃에 서러운 내 이름 새기고

놀 빛 물든 하늘 아래 당신을 부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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