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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May 27. 2017

시향

길/ 조성범


드문드문 가을이 번지는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잎 낙엽이 어깨를 툭 치고 지난다

나는 처음인 듯 조심스레 걸음을 떼고

바람이 잎사귀를 자그락 자그락 흔드는 소리를

앞세우고 길을 지날 때

가을을 닮은 여자가 낡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자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담배를 피우는 여자의 입술은 빨갛다

휘 담배 연기를 내뿜어내는 여자가 단풍잎 닮았다

길은 한적한 듯 보였지만 지난여름의 이야기가 꽉 차 있었고

햇살 또한 나뭇가지 사이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길은 쓸쓸함을 모두 품어 낮은 바닥으로 내려앉아

가여운 사람들의 한 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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