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각성/ 조성범
부서져 내리는 흙더미처럼
손가락 끝이 뭉툭해져만 갈 때
까마득하니 치솟아 오른 바위가 아니라도
나는 온몸 풍화돼 한 줌 모래가 되고 난 후
썰물 지던 가슴이 한 줌의 소금으로 남아
바람에 홀로 여위어 가는
어느 아가미 짠맛으로 스미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귀 빠진 사발로 바닷물 가득 담아
종일토록 바라보면
소복하니 소금 덩어리 쌓여 간다고 그러던데
평생을 살아내도록
어느 풀등에 한번 닿아 보지 못하고
햇살의 뒷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으로
서 있기만 했다
어느 바람 하나, 물결 하나에
꼭꼭 숨겨둔 말 없으리만
흙빛으로 바래고 바랜 시간 속
뼈 마디마디 통증이 깊어
온몸 웅크릴 때
단 한 줌 소금이라도 되어
그 무엇의 제 맛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