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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Jun 01. 2017

시향

각성

각성/ 조성범


부서져 내리는 흙더미처럼
손가락 끝이 뭉툭해져만 갈 때
까마득하니 치솟아 오른 바위가 아니라도
나는 온몸  풍화돼 한 줌 모래가 되고 난  후 
썰물 지던 가슴이 한 줌의 소금으로 남아 
바람에 홀로 여위어 가는 
어느 아가미 짠맛으로 스미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귀 빠진 사발로 바닷물 가득 담아
종일토록 바라보면 
소복하니 소금 덩어리 쌓여 간다고 그러던데 
평생을 살아내도록 
어느 풀등에 한번 닿아 보지 못하고
햇살의 뒷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으로 
서 있기만 했다

어느 바람 하나, 물결 하나에
꼭꼭 숨겨둔 말 없으리만 
흙빛으로 바래고 바랜 시간 속 
뼈 마디마디 통증이 깊어 
온몸 웅크릴 때

단 한 줌 소금이라도 되어
그 무엇의 제 맛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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