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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May 31. 2017

시향

아내

아내/조성범


그녀는 돌 틈에 피어난 꽃 같았다

명료한 색깔은 아니지만 그녀에게선

향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기쁨의 향기와 슬픔의 향기가

쉴 새 없이 번갈아 흘러나왔다

 

흙 한 줌 없는 높다란 성벽 틈새

잠깐 스쳐 흐르는 빗물의 흔적을

가느다란 몇 가닥 실뿌리로 꼭 그러안고

볼품없이 흔들리는 누추한 풀잎 새

야리야리한 꽃대를 솟아 올려

온통 울퉁불퉁한 돌바람 새로 순결한 향기를 품어 냈다

 

시간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파괴자의 눈길을 피해

한 뼘 한 뼘 발을 디뎌 오르는 풀꽃처럼

위태로운 삶 속에서 가시 하나 돋아내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찾아 내 꽃을 피어냈다


수평이 자취를 감춘 세상에 예정된 것과 미정의 사이에서 꼿꼿한 수직으로 안간힘을 써

타오르는 심장에 꽃대 하나  솟아 올려

순결한 향기를 품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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