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아내/조성범
그녀는 돌 틈에 피어난 꽃 같았다
명료한 색깔은 아니지만 그녀에게선
향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기쁨의 향기와 슬픔의 향기가
쉴 새 없이 번갈아 흘러나왔다
흙 한 줌 없는 높다란 성벽 틈새
잠깐 스쳐 흐르는 빗물의 흔적을
가느다란 몇 가닥 실뿌리로 꼭 그러안고
볼품없이 흔들리는 누추한 풀잎 새
야리야리한 꽃대를 솟아 올려
온통 울퉁불퉁한 돌바람 새로 순결한 향기를 품어 냈다
시간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파괴자의 눈길을 피해
한 뼘 한 뼘 발을 디뎌 오르는 풀꽃처럼
위태로운 삶 속에서 가시 하나 돋아내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찾아 내 꽃을 피어냈다
수평이 자취를 감춘 세상에 예정된 것과 미정의 사이에서 꼿꼿한 수직으로 안간힘을 써
타오르는 심장에 꽃대 하나 솟아 올려
순결한 향기를 품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