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범 Jun 16. 2017

시향

꽂지에서 

꽂지에서 /조성범
 
이미 해몰이는 잊혀진 약속처럼 여백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선술집 흐린 조명 아래 매달린 추억입니다
이제 그냥 놓아야 합니다
안녕!
 
어제는 그날의 기념 사진처럼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꽂지를 찾아갔습니다
사선으로 쏟아지는 빗방울처럼 쉼 없이 내달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을 찾아
혼자라는 것도 하나도 쓸쓸하지 않게 달려갔습니다
하늘은 푸르러 당신의 가느다란 목덜미같이 보드라웠고
바람은 당신의 숨결처럼 따스했습니다

이팝나무 꽃처럼 터지던 당신의 탄성은 없었습니다
손가락 걸던 맹서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한 발자국 비켜선 바다만 어둠 속에 울었습니다

캄캄한 모래밭에서 잊혀야 할 이름을 쓰고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빛나고 아름다울 날을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 시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