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스포일러의 피바다
현실은 영화고
영화는 현실이다
내부자들도 그렇다
내부자들에선
펜이든 도끼든
사람 죽이는 도구다
그 도구를 들었던 손
오른손을
내부자들에선 절단한다
반복해서
느리게
고통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자르는 사람과
잘리는 사람이
핏물과 비명 속에서
하나의 그림자를 이룬다
도끼를 들었던 손은
톱으로 자르고
펜을 들었던 손은
도끼로 자른다
손을 자르라고 시킨 사람과
손을 자르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과
손을 잘리는 사람과
손을 잘린 사람의 주변인들이
뒤엉킨다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과
그의 개가 되려는 사람과
자신이 그들의 개인 줄 모르고 덤볐다가 다치는 사람과
개의 개들이
뒤엉킨다
상구(이병헌)가 잘린 건
뼈와 살뿐이 아니었다
충성스러운 오른팔인 줄 알았던 자신의 믿음마저
함께 잘려나갔다
의수로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짜 개가 되어
개의 개들을 물기로 한다
개새끼들이라도 자기들끼리는 챙겨야 된다는
위태로운 원칙을 고수했던 상구는
오른손을 시작으로 자신의 오른편에서 헌신하던
지인들의 붕괴를 지켜보며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개새끼들의 목덜미 쪽으로
돌진하기로 한다
그 첫 단계가 펜을 쥔 손을 자르는 일이었다
말과 글로 자신을 수없이 죽인 주인의 오른손
다수에게 오해와 착각을 심어주며
다수를 죽음으로 몰아넣던 이강희(백윤식)의 오른손
한 시절 그런 죽음들을 지켜보며 컸던 상구에서
이강희 오른손의 펜촉은 톱날이 되어 돌아왔다
상구의 오른손을 절단하고
시간을 절단하고 마음을 절단했다
사방으로 튄 피가 그칠 줄 몰랐다
그런 상구가 이강희의 오른손을 도끼로 찍어
절단 냈을 때의 쾌감이란 얼마나 굉장했을까
눈눈이이
오른손에는 오른손이었다
이강희도
안상구도
남은 세월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펜을 잡고
왼손으로 칼을 쥐고
왼손으로 똥을 닦고
왼손으로 가슴을 주무를 것이다
끝까지 현실감각을 놓지 않았던
그래서 여전히 서슬 퍼런 잔향으로 남아있는
류승완 감독의 부당 거래와 달리
기대의 충족과 판타지가 주는 안도를 택한
내부자들의 엔딩은 다소 평평했다
극장 밖으로 나설 때까지 그래 역시
검사들은 콤플렉스에 가득 찬 정치권의 오른손들이고
언론은 시키는 대로 받아쓰는 재벌과 청와대의 오른손들이고
깡패는 정치인과 재벌이 싼 똥을 대신 닦아주는 오른손들이라는 걸
가슴 깊이 새기며 그래 역시 세상은 바뀌려면 투표밖에 없어라고
개탄하고 깨우치며 나올까
대신 손을 자르고
대신 감옥에 보낼 것처럼
대신 영화로
대신 만족하면 되겠지
현실의 오른손들은 여전히
현실의 먹이사슬에 맞춰
현실의 약자들의 모가지를
펜과 도끼와 톱으로 따는 중이다
반복해서
느리게
고통이
한 번에 끝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