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더 랍스터
싱글은 일정기간 후
도시 바깥으로 쫓겨나
동물이 되는 세상
데이빗(콜린 파렐)은 개가 된 형과 함께
고급 리조트 같은 시설에 감금된다
거기서 이성애자 양성애자를 체크받은 후
간단한 규칙을 설명 듣고 투숙을 시작한다
규칙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까 말했듯
일정 기간 안에 비슷한 처지로 감금된
투숙객들 중 하나와 커플이 되지 못하면
미리 지정한 동물이 되는 것
데이빗은 랍스터를 지정한다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유가 있지만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개나 토끼나 랍스터나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존재들
시간이 지나도
커플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
싱글은 짐승이 된다는
규율에서 도망친 인간들을
사냥하면 투숙 기간이 연장되지만
그것은 너무 피곤한 일
데이빗은 속임수를 써서
커플이 되려 했지만
이내 들키고 도주한다
도주 중 무리를 만나고
그들의 일원이 된다
싱글을 짐승으로 만드는
세계의 규율에 저항하는 단체
하지만 그들 역시 비슷한 규율로
본능을 억압하고 있었다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반질서 또한
일정한 질서 안에서 돌아가고 있을 뿐
데이빗은 그곳에서
운명의 상대와 마주한다
이전의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규율을 깼다면
현존의 집단에서는
사랑하기 위해 규율을 깬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데이빗은 산속에 파묻혀
들개에게 얼굴을 뜯어먹힐 뻔했고
데이빗이 사랑한
데이빗을 사랑한 사람(레이첼 와이즈)은
시력을 강탈당한다
안경을 썼던 데이빗은
안경을 벗는다
손에 쥔 칼끝이
데이빗의 안구를 향한다
영화는 내내 묻는다
당신은 커플인가
아니라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가
도망칠 수 있겠는가
홀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세상과 싸울 수 있겠나
본능을 억누를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나
그리고 어떤 답도 내놓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 중 하나를 보여주며
이런 삶 이런 선택 이런 사랑도 있음을
넌지시 건넨다
커플을 강요하는 세상도
싱글만 허용되는 세상도
어느 것 하나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타자가 되어 감상하기엔 흥미롭지만
당사자들에겐 창밖으로 몸을 던져 생을 끝내고
입술이 도려내어지거나
머리를 책상에 깨서 매일 코피를 흘려야 하는
웃을 수 없는 지옥의 단편일 뿐이다
이미 현실 역시
싱글은 미완의 인간 취급을 받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어서 커플이 되길 강요받고 있고
그게 싫다면 여생을 색다른
짐승으로 살아가길 권장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사랑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어떤 대책도 없었고
세운다 한들 온통 불안할 뿐이다
표면적 순응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세계는
사랑이라는, 이런 변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당사자들도
그들이 속한 집단도 사랑이란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
그래서 제거하려 들고
도망치려 한다
시스템 안에서 허용된 관계가 아니라면
죄다 위법, 징벌의 대상일 뿐이다
저항하고
도망치고
둘만 남고
그렇게 결여의 상태로
서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고 나서
남자는 결핍의 상태마저 평등하게 갖추려 한다
너의 눈이 없어 다른 감각으로 날 사랑하니
나의 눈도 없애 그렇게 대하겠다
사랑의 완전함에 다가가려 했던 그들은
앞으로도 어렵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둘은
둘만 알 수 있는 초월의 감정 역시
경험했을 것이다
홀로 아닌
같이 춤을 추며
어둠 속에서 입을 맞추며
더 강렬해진 감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