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맥케이 감독. 빅쇼트
선은 지루하다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편집한 극에서조차
선은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강렬하게 대비되는 악을 등장시켜
선을 갈등하게 만들고 끝내 승리하게 만든다
하지만 요즘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선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실질적 피해는 학력과 경제력이
낮은 이들이 떠안는 구조가
점점 극명해지고 전파되고 학습되면서
이것이 곧 선의 현실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선은 보통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의
남을 돕는 경우를 그런 의지나 행위에서
비롯되는 인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것은 비슷한 살림살이를
향유했을 때의 미담이지
지금처럼 착취가 빈번하고
경제적 계급의 대립각이 날카로울 때에는
환영받기 어려운 개념이 되었다
세상의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특별함으로 인지될 수 있지만
이것이 거대한 감동으로 널리 확산되어
변화의 계기가 되기란
실로 불가능에 가깝다
희망은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러니 영화 또한 무작정 정의로운 이를 중심으로
내세우기 부담스럽다
관객들이 원하는 건 해결사다
선의 독려는 공익광고로 충분하다
영리한 해결사가 상황을 회복시키거나
문제를 제거하고
그 끝에 부와 명예를 얻으면 더할 나위 없다
욕망을 감추지 않음으로
강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좀 무례하거나 주변에 피해를 주는 건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으로 일조할 뿐
악인으로까지 납득 되지 않는다
누구나 그런 비매너쯤은
지니고 살지 않나 하고 넘어간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타협하지 않는다
욕을 먹을지언정 의지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렇게 악과 맞부닥쳤을 때 선택하게 된다
모두를 구하는 게 아닌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과 등을 돌리는 형국이 된다
또는 결과적으로
악과 반대 노선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의로운 이미지까지 획득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타인의 생활과
인생을 구제했는가
절대 아니다
그들은 예상되는 이익에 배팅했고
그 예상의 내용이
악랄한 금융시스템의 붕괴였을 뿐이다
모두가 망한다에 돈을 걸었고 결국
모두가 망해서 돈을 땄으며
모두는 망했고 그들은 돈을 땄다
모두가 망했는데 그럼
모두를 망하게 한 금융시스템은 어떻게 되었는가
시스템은 견고하다 여전히
이게 어떻게 말이 되나
시스템이 붕괴했고
그 안에 속해 있던 절대다수가
전재산과 집, 가족과 직장을 잃었는데
시스템은 어떤 혐의도 받지 않고
여전히 잘 돌아간다니.
붕괴를 예상하고 돈을 건 것조차
시스템의 일부였고
시스템의 붕괴에 돈을 건 일부가 시스템이었으며
그래서 시스템이 붕괴하고
돈을 번 것도 시스템이었다
그 과정에 시스템의 붕괴를 알리지 않고
시스템 내부의 약자들이 모두 학살당할 때까지
고요함을 유지한 것도 시스템이었다
윤리 도덕 양심 또한 시스템이
어떤 환각처럼 고안해낸 개념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스템은 선악을 초월해 오직 스스로만 살아남는다
돈을 빌려 집을 사게 하고
갚을 돈이 늘어나 집을 팔게 하고
그렇게 수백만 명이 집 직장 가족 삶을 잃는 동안
월스트리트는 잠시 현기증을 겪었을 뿐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모두가 망하는 것에 베팅하고
그것에 대한 대비와 보완책이 시스템에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안
마크 바움(스티브 가렐)은 경악한다
모두가 망하는 것에 건 베팅이 성공했음에
환호하며 춤추는 이들에게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분노하며
경멸의 어조를 보낸다
하지만 이들 역시 시스템의 일부를 떼어먹으며
자신들의 부를 축적한 이들 중 하나일 뿐이다
감상에 젖은 정의로움과 양심은
거리에 나앉은 어느 누구도 구제할 수 없다
영화 빅쇼트의 결말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자기 욕망에 투철한 주인공들이
세상이 망하는 쪽에 돈을 걸었고
결국 그들의 선택이 맞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게 실화기 때문이다
모두 망했고
시스템이 판을 짰으며
지금도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