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 감독. 캐롤
불안하지 않으면
사랑일 수 없다
불안한 눈빛
불안한 움직임
불안한 예감
불안한 목소리
불안한
사랑에 빠지는 순간
모든 게 불안하기만 한 상황에 처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비로소
자신에게 없는 것이
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외로움이 깨달음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서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움의 정체를 모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격렬한 외로움을 학습하며
혼돈에 휩싸인다
처음의 감정
처음의 불안
이 불안감을 상실할까 봐
생애 최초의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사건이었다
어떤 경험과도 달랐고
그래서 더 걷잡을 수 없었던
비로소 생의 중심축이
자리 잡은 것만 같았다
자신과 주변을 구분하고
자신에게 몰두한다
테레즈도 그랬다
기존의 질서들이
그녀의 변화와 선택을 비난했다
테레즈는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되지도 않았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다만
자신을 그렇게 만든 누군가에게
어떤 기능적 도움도 되지 못함에
절망스러워했다
자신이 그토록 무지하고 무능하며
하찮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캐롤은 잃을 게 많았는데
테레즈에겐 잃을 게 테레즈 자신 뿐이었다
그런 캐롤에게
테레즈는 어떤 해결책도
정답도 되어주지 못한다는 게
자신이 이토록 쓸모없는 존재였다는 게
테레즈에겐 무엇보다 힘들었다
장애물은 견고했다
테레즈도 캐롤도 넘을 수 없었다
애초 넘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탯줄이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고서야
캐롤은 초롱초롱하게 살아있는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을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없었다
둘은 뜨거운 키스를 밤새 나눴고
다음 날 아침 침대 위에 남아있는 건
덩그러니 한 사람이었다
우연은 없다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테레즈는 구토한다
캐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캐롤.
크리스마스 전날
테레즈에게 선물을
사러 온 여자의 이름이었다
테레즈가 한눈에 반한
인생 최초의 종소리 같았던
영영 정차하고 싶던
선물 같은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