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어차피 이별

유약영 감독. 먼 훗날 우리

by 백승권

젠칭(정백연)과 샤오샤오(주동우)에게 베이징은 꿈의 도시다. 경제적 성공이라는 꿈을 이뤄 줄 도시, 비좁고 퀴퀴한 월세를 견디며 정착을 시도한다. 같은 목적의 둘은 기차에서 만나 친구로 동거한다. 샤오샤오는 베이징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었고 젠칭은 게임 개발자로 대박치고 싶었다. 1인 침대와 작은 책상을 빼면 설 곳도 없는 그곳에서 둘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긴 시간 분투한다. 시간이 지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느는 건 상처뿐이었다. 매일이 지치고 힘들었다. 같이 울고 웃었지만 낡고 환기와 방음이 안 되는 공간은 여전했다. 이게 맞나. 돌아갈 곳도 없었다. 1년에 한 번 춘절(새해)이 돌아오면 고향에 잠깐 내려가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나아지는 게 없었다. 남자는 계속 바뀌고 게임 개발은 여전히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했다. 둘은 연인이 된다. 좋았다. 그리고 그대로였다. 몸과 마음이 합친다고 침대가 퀸사이즈로 바뀌진 않았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처럼, 둘은 비슷한 목적으로 달려갔고 비슷한 모습으로 사랑했으며 비슷한 이유로 멀어지고 있었다. 가냘픈 경제력으로는 동창들에게 허세 부리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은 다 아니까. 모를 수가 없었다. 젠칭은 자존심을 다친다. 샤오샤오와 말다툼을 한다. 수년 째 나아지지 않는 살림으로 같은 이유의 다툼이 반복되었다. 둘 다 알고 있었다. 우린 곧 끝이구나. 어쩌면 외로움을 달래줄 대상이 필요했던 거구나. 사랑, 의지, 이걸 뭐라 부르던 서로 그렇게 좋아했는데 보이지 않는 벽이 서고 선이 그어졌다. 똑같이 좋아할 순 없구나. 한쪽이 식으면 거기까지였다. 샤오샤오는 방을 나가고 젠칭은 같은 지하철에 오르지 않는다. 선택할 시간은 있었다. 이대로 둘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 갈 것인가. 여기서 끝인가. 샤오샤오는 기다렸고 젠칭은 거부한다. 이별의 에너지로 젠칭은 게임 개발을 끝낸다. 게임은 베이징에서 크고 비싼 아파트를 살만큼 많은 부와 명성을 가져다준다. 젠칭은 이제 꿈을 이뤘으니 같이 축하해줄 사람만 있으면 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뤘으니 오랫동안 홀로 계시던 아버지도 헤어진 샤오샤오도 같이 살면 되겠지. 아버지는 시골을 떠나지 않고 샤오샤오는 돌아오지 않는다. 젠칭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안정된 공간에서 아이, 아내와 안정된 가족을 이룬다. 폭설로 비행기에서 다시 내려야 했던 날, 샤오샤오와 우연히 마주친다.


둘은 더 이상 좁은 방에서 낡은 냄비에 끓인 라면을 호호 불어먹으며 깔깔대던 사이가 아니었다. 온갖 회상에 사로잡혀 눈물과 웃음을 나누던 중, 마음이 동한 둘은 충동적으로 손을 꼭 잡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대로 방으로 돌진했으면 새로운 밤을 불살랐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전 여친 전 남친, 불륜이던 다시 찾은 사랑이던 새로운 드라마가 써질 타이밍이었다. 어색한 눈빛으로 젠칭의 지인과 마주한 순간, 둘은 급제동 걸린 듯 얼어붙는다. 회상이 흩뿌린 환각에서 깨어난다. 제 3자의 눈엔 유부남과 그의 전 여친이었다. 로맨스는 단 둘이 있을 때뿐이었다. 아무데서나 껴안고 소리 질렀던 둘은 더 이상 없었다. 젠칭과 샤오샤오는 다시 헤어진다. 샤오샤오를 마지막으로 데려다주고 젠칭은 캐딜락 SUV를 타고 돌아온다. 과거 둘이 헤어졌을 적에 젠칭의 아버지는 샤오샤오에게 찐빵과 편지를 보낸다.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가난할 때 사랑했고 가난이 끝났을 때는 사랑이 먼저 끝나 있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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