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스턴 감독. 우리 운명일까?
몰리(노엘 웰스)와 샘(벤 슈와츠)은 이성 커플 3주년을 지나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 지겹다. 의견이 늘 맞지 않는다. 시그널은 늘 어긋난다. 지긋지긋하다. 무의적으로 의식적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밥 먹듯이 나온다. 추억을 재생한다. 회상은 종종 멈춰버린 화학 작용의 심폐소생술 같은 기능을 했지만 더 이상 심장박동은 같은 빠르기로 뛰지 않는다. 언데드 같은 관계, 좀비 같은 서로, 밉진 않지만 같이 있긴 싫고 아니 사실... 가끔 죽이고 싶단 포효가 터질 정도로 미울 때도 있다. 의견과 표현, 선택과 결정 하나하나가 모조리 맞지 않는다. 가끔 내가 평범하지 않다고 지적하는데 그게 뭐가 문젠지 난 잘 모르겠다. 한때 사랑에 빠졌던 이유가 이제 헤어져야 할 이유가 된다. 짜증 나고 조금 괴롭지만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떠나고 싶을 뿐, 다른 사람, 다른 사랑에 대한 가능성을 놓고 싶지 않을 뿐. 자주 보는 친구 커플은 한 몸을 반쪽으로 쪼개 놓은 애들 같다. 진저리 처질 정도로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조크 하나하나 밤새 연습한 듯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어떻게 저러지. 그들 앞에서 우린 완전 음식 쓰레기다. 과감한 결단이 아니라 느슨하게 잡힌 줄을 놓아줄 때가 왔다.
처절한 슬픔이 온몸을 휘감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같이 뒹굴던 침대, 구겨진 이불, 눌린 베개, 늘 입던 티셔츠, 늘 고민하는 밥집(싸움의 원인), 늘 맘에 들지 않았던 서프라이즈 선물, 요구사항이 많은 섹스, 처음 만났을 적 기괴하고도 웃겼던 설렘, 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가는 협의 과정, 잘 풀리지 않는 사업, 아픈 가족, 무성의한 걱정, 자주 고장 나는 자동차, 그 안에서의 어색한 공기, 행복하지 않다는 말, 다 지겹다, 다 과거다, 다 끝내고 싶다, 아주 잠깐 좋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껏 안 좋았던 게 다시 기울어 균형을 잡아주지 않는다. 양쪽에서 탄 시소가 멈춘 게 아니다. 아얘 휘어지고 부러지고 부서졌다. 다시 사지 않는 이상, 진전은 없다. 마음은 늘 어지럼증에 걸린 듯 요동 치는데 몸은 흐느적거린다. 결박당한 것처럼, 수년 동안 생각의 범위만큼 관계의 범위만큼 딱 그만큼 정해져 있던 범위들, 벗어나야 한다. 짐을 싸야 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굳이 우린 여기서 끝이야 라고 선언하지 않아도 주변 공기와 다른 방향으로의 움직임이 전달하는 진실의 언어가 있다. 저 차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가면 우리의 공간으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끝이다. 지겨웠다. 미련이 왜 없겠어. 하지만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둘 다 힘들고, 힘들기도 너무 귀찮아. 간다. 끝. 진짜.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