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 아미 오브 더 데드
좀비가 엑스맨 같이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면 지금의 대우와 달랐을 것이다. 좀비는 바이러스의 가장 흉측한 버전이었고 인간을 죽지도 못하게 하며 해악만 끼치기에 기어이 핵 버튼까지 누르게 만든다. 가장 진화된 버전의 인류가 지닌 어떤 창의력도 좀비와 공존하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공포와 위협으로 인류를 하나로 뭉치는데 훌륭하게 기능했으며 좀비 박멸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은 당선되었다. 애초 인간은 지구 상의 생명체 중 후발주자였고 맨땅에 도시를 건설할 때만 해도 번영과 번식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었다. 앞으로만 나아갔을 뿐이다. 그리고 좀비라는 새로운 종족과 마주했다. 부메랑이었으며 브레이크였다. 영악한 인류는 좀비를 세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기로 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전 인류를 지배할 왕이 될 수도 있었다. 누군가 이런 꿈을 그릴 때 어떤 이들은 난민 캠프에서 강간과 폭력을 끊임없이 겪고 있었다. 왕이 되려는 자와 난민 캠프에서 탈출하려는 자들이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악수한다. 좀비 대장의 목을 베어오거나 좀비가 가로막은 금고를 털어오면 윈윈 할 수 있었다. 이 거래에 5천만 달러가 걸려 있었다. 샌드위치 스타트업을 구상 중인 스콧(데이브 바티스타)은 팀을 결성한다.
사연 많은 인간들이 한데 모인다. 목적이 돈인 군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예술 작품과 같은 금고를 만지고 싶거나 어려운 이웃을 구하기 위해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스콧은 리더 역할이었지만 팀 운영을 위한 어떤 강압도 표출하지 않는다. 계획에 없던 민간인 딸이 끼려고 하자 만류하려고 소리를 질렀을 뿐이다. 이건 오션스 일레븐처럼 재치와 타이밍, 대담하고 정밀한 플랜으로 진행되는 일과 조금 달랐다. 끝없이 팽창하며 목구멍을 조여 오는 마른미역 덩어리 같은 좀비들을 모조리 말살하며 진행되는 미션이었다. 대가리를 부수지 않으면 계속 덤비는 녀석들이었다. 그들과 피 튀기며 아웅다웅하다 행여 이빨 자국이라도 나면 그땐 인간의 자각 능력이 얼마나 남아있던 무조건 좀비였다. 그런 좀비들이 폐허가 된 라스베이거스에 널려 있었고 모든 시야를 뒤덮도록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인 후 금고를 턴 후 그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탈출하는 일이었다. 죽을 가능성이 크니까 걸린 금액도 컸다. 여기에 딸이 끼겠다니. 대노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좀비 왕국의 문이 열린다. 좀비들은 인간 땅에서 나름의 사회화와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로맨스도 나누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을 넘고 들어온 인간은 먹이이자 침입자였고 인질이자 새로운 구성원이었다. 격돌을 피할 길이 없었다. 제한 시간 내에 금고를 털지 않으면 좀비 왕국 안에서 핵 청소가 될 예정이었다. 스콧 팀의 구성원들이 줄어든다. 장착한 사연만큼이나 극적인 릴레이 사망이 펼쳐진다. 인간의 몸은 뼈와 근육, 내장으로 채워져 피부로 덮여있는데 달려든 좀비들은 너나할 거 없이 능숙하게 해체한다. 여럿이 한 몸처럼 움직여도 피해를 막을 길이 없는데 다양한 갈등과 비밀이 개입하며 팀을 해체하고 사망자를 늘린다. 애초의 목적은 위장이었고 진짜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다. 고층에서 떨어져 터진 좀비의 뇌처럼 팀의 운명도 터져가고 있었다. 그들은 애초 히어로나 구원자가 아니었고 타인은커녕 자신조차 지키지 못한다. 좀비가 되거나 머리가 터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스콧은 어떤 샌드위치로 스타트업할지 정한 후 남은 운명을 딸에게 맡긴다. 생존자는 있었지만 한시적이었다. 새로운 시한폭탄이 되어 남은 인류를 터뜨리러 비행기에 오른다.
만약 난민들이 좀비와 같았다면 그들은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여자들이 좀비와 같았다면 그들은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좀비와 같았다면 그들은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세상의 성인 남자를 대다수 죽인 후 그들은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현실은 영화와 많이 다르기에 좀비가 인간의 뼈와 살을 찢고 인간이 좀비의 대가리를 부수는 이야기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좀비의 과거는 인간, 인간의 미래는 좀비, 둘이 섞인 대량 학살의 지옥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