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o Santaoloalla 음악. 나르코스: 멕시코 시즌3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누군가 되어 있다. 나는 미국에서 멕시코까지 날아와 범죄조직들끼리 마약 국제 거래를 뒤쫓는 마약 수사관(Scoot McNairy)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콜롬비아 마약왕이 크게 일으킨 마약 범죄에 몸을 싣고 멕시코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두목(Alfonso Dosal, Mayra Hermosillo)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동료들과 떼 지어 강도살인을 저지르는 경찰관(Luis Gerardo Méndez)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펜과 정의감을 무기 삼아 일상을 겨우 살아내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기자(Alyssa Diaz)가 되고 싶었을까. 내가 누구든 무엇이 되고 싶었든 의미 없다.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죽은 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해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복수를 마치거나 마치기 전에 나라는 누구는 결국 이 정신없는 피와 마약 가루의 테두리 안에서 죽게 될 것이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원거리에서 극화된 국제 마약범죄의 풍경을 보는 일은 흥미롭다. 더 잔인하고 고통스러우며 침울한 에피소드가 남아있을까 싶지만, 인간은 시간과 함께 서서히 잊고 극렬한 고통과 후회 속에서 다시 절멸의 감각을 되찾는다. 이곳에서 지옥이란 표현은 얼마나 동화적인가. 범죄 조직의 하수인들은 한적한 시간대에 육교로 나와 모두가 보는 곳에 고문으로 훼손된 적의 시체를 목매단다. 그 전엔 광장의 중앙에 목 없는 시체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멕시코 마약 범죄 조직 간의 대화법이다. 이런 가시적 충격은 익숙해질 수 없다. 더 강한 자극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이 세계 안에서 다음 자극은 늘 더 강하다.
극한의 자극은 결국 예상을 벗어나는 서사를 통한 결과이거나 피부에 와닿는 공감대로 인해 스며든다. 이 경우 자극의 최후 경로는 공포가 된다. 개인의 의지가 한 국가에 잘게 갈린 벌레처럼 흩뿌려진 마약 범죄에 타격을 줄 수 있나. 상식적인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비상식적인 시스템과 맞설 수 있나. 가능성이 희박한가. 애초 두 개의 시스템이 아니었나. 범죄의 박멸이 아닌 범죄 영향이 극악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 범죄 조직과 합의하고 협조하는 세력의 일부는 아닌가. 희생과 전략과 용기와 기다림은 무슨 소용인가. 이게 다수를 위한 최선이라는 외침은 얼마나 치졸한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말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진심은 위장일 뿐이다. 모든 약속은 죽음으로 끝난다. 사과할 대상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이 수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벗어날 기회가 왔어도 굳이 숨구멍까지 파묻히며 다시 들어간다. 마약 범죄 세계 안에서 경찰은 주요 등장인물일 뿐이다. 군대와 정치를 모두 휘어잡은 범죄 조직에게 경찰과의 대치는 한여름밤 날파리를 훠이훠이 쫓는 일이다. 때 되면 찾아오고 귀찮지만 두어 번 손을 휘저으면 될 일이다. 비명과 비극이 오가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 경찰은 죽을힘을 다해 실패한다. 실패할 때마다 초유의 희생이 뒤따르고 다시 시도하고 계속 실패한다.
경찰 빅터(Luis Gerardo Méndez)는 이웃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늦은 정의감에 사로잡힌다. 공장일 마치고 귀갓길에 살해되는 10대 여성들을 지키려 한다. 가해자는 무명의 남성과 남성들이다. 한 명의 가해자를 죽여 없앤 들 남은 살인자들이 다음 희생자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차에 태운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무성의하게 처리된다. 가족들은 공장으로 출근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고 살인자들은 공장에서 퇴근하는 여성들을 기다린다. 빅터는 늦게라도 바로잡고 싶었다. 인간의 도리로서 밤샘과 위장 수사를 통해 공익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멕시코의 거의 모든 정의로운 시도가 그렇듯 그 역시 대가를 치른다. 그가 두고 왔던 동료의 시체처럼 그 역시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곳에서 어둠과 마주한다. 깊은 죄책감조차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나르코스: 멕시코는 마약 범죄와 싸우다 실패한 개인과 정의와 공권력의 역사를 재연한다. 사연과 투지, 정보와 기회, 대립과 극복, 펜과 총, 사랑과 삶, 운과 비윤리까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마약 범죄를 저지하려 시도한다. 거악으로 규정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차악이라는 악수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모조리 실패하고 절망하고 전부를 폐허로 만든다. 인간의 두려움의 근원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살인과 폭력으로 학습하며 악랄하게 표출하는 자들은 지는 법을 알지 못한다. 멕시코는 그들만의 천국이자 든든한 직장, 호화로운 집, 반짝이는 클럽일 뿐이다.